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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민 대량 탈주, 독일 통일 원동력

중앙선데이 2019.04.06 00:20 630호 21면 지면보기
동독민 이주사

동독민 이주사

동독민 이주사
최승완 지음

장벽 붕괴된 1989년만 39만명
40년간 357만~457만 서독행
서독 정부·정치인 치밀한 노력
충돌 없이 자본주의 정착 도와

서해문집
 
올해 11월 9일은 베를린장벽이 붕괴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동서독 분단, 나아가 동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원동력 중의 하나는 1989년 여름 본격화한 동독 주민의 대량 탈주였다. 그해 8월 19일 ‘범유럽 피크닉’행사 때 헝가리와 오스트리아가 세 시간 동안 국경을 개방하자 동독인 668명이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면서 봇물이 터졌다. 장벽이 붕괴된 89년 한 해에만 동독 이탈 주민 수가 39만에 육박했다. 이는 동독 민주화 시위의 기폭제가 됐으며 결국 이듬해 동독 정권의 붕괴와 동서독 통일로 이어졌다.
 
『동독민 이주사』는 분단의 벽을 넘어 또 다른 독일로 간 동독민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동서독 통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우리로서는 독일의 분단과 재통일의 과정에서 벌어진 동서 간의 인적 이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북한 이탈 주민이 어느덧 3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남한 사회 정착과 우리 정부의 수용 정책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참고서가 될 만하다.
 
베를린의 동서독 접경지역의 건물은 동베를린 구역에 속하지만 건물 앞 보도는 서베를린에 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1960년대 베르나워 거리 주택을 통해 탈출하는 동독인들. 서베를린 주민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모였다. [사진 서해문집]

베를린의 동서독 접경지역의 건물은 동베를린 구역에 속하지만 건물 앞 보도는 서베를린에 속하는 경우도 있었다. 1960년대 베르나워 거리 주택을 통해 탈출하는 동독인들. 서베를린 주민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모였다. [사진 서해문집]

내년이면 독일 통일 30년이 되지만 동독 이탈 주민 전반을 깊이 있게 다룬 개론서조차 거의 없다. 동독사 연구자인 최승완이 지은 『동독민 이주사』는 이와 관련한 한층 심화된 성과를 보여 준다. 1950년부터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89년까지 동독 이탈 주민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357만~457만가량이다. 젊고 전문직업교육을 받은 숙련인력이 다수였다. 50년대에 전체의 3분의 2가 탈출했으며 베를린장벽이 축조된 1961년 8월 이후에는 급격히 줄었다가 89년에는 다시 50년대 수준에 달했다. 이 책은 많은 문서고의 다양한 자료를 인용해 동독 이탈 주민의 시기별 규모와 특징, 이탈 동기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들이 서독 정착 과정에서 겪은 여러 가지 애로와 법적, 제도적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해부했다.
 
수백만의 동독 이탈 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서독으로서도 큰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심각한 사회적 충돌 없이 예상보다 빨리 자본주의 서독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서독 정부와 정치인들의 치밀한 노력 덕분이었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민간 사회복지 단체와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정부 차원으로는 할 수 없는 정착 지원 활동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꾼 점도 중요했다. 이는 우리가 깊이 새겨 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분단 시절 동독에서 서독으로의 이주뿐 아니라 50만에 달하는 서독에서 동독으로 옮겨간 사례도 부족한 자료나마 최대한 동원해 분석했다. 개신교 목사로 성직자의 사명감을 가졌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아버지는 분단 직후 가족을 이끌고 서독에서 동독으로 이주했다. 동독을 이탈해 서독행을 했다가 동독으로 되돌아간 귀환자가 3분의 2가량 된다.
 
동독 이탈 주민 대다수는 동독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의 끈을 이어갔다. 장벽이 세워진 뒤 분단이 고착화하고 체제 간 이질감이 깊어지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존재는 여러 면에서 동서독을 이어 주는 연결고리였다. 이 책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남한 사회의 편견 또는 무관심의 벽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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