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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김의겸은 알고 있었다

중앙선데이 2019.04.06 00:20 630호 30면 지면보기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 끝났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방향인데 애초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청와대 대변인을 그만둔 김의겸의 ‘청와대 옆 관사 재테크 사건’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부동산에 ‘올인’을 했다. 모든 걸 걸었다는 얘기다. 자신의 급여와 부인의 연금까지 다 털어서 10억2000만 원의 대출금 이자를 감당하기로 했다.
 
그는 본능으로나 경험으로나 세상 이치로나 다 알고 있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2개월 동안 11차례나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이 시장 원리를 거스른다는 사실 말이다. 더 직설적으로 바꿔 말하면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도성장 시절에는 누구나 부동산으로 돈 벌 기회가 있었다. 586세대인 김의겸이 30대였던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아파트 분양에 당첨될 기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청약 기회조차 거의 없다. 인구가 집중되는 서울엔 더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투리땅이라도 재건축이 나오면 딱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문 정부는 이를 막으려고 전방위적 규제 폭탄을 투하했다. 금융대출 한도를 조이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부활하고, 공시지가 상향 조정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서민들로선 부동산 거래 자체가 막히면서 ‘부동산으로 돈 벌 기회’가 아예 없어졌다. 하지만 김의겸은 정부의 주장이 틀리다는 사실을 실천으로 보여줬다. 그가 사들인 흑석동 상가주택은 수십 억원의 차익이 예고돼 있다. 5년 전 데자뷔가 떠오르지 않나. “가만있으라”면서 혼자 탈출한 세월호 선장처럼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 끝났다”면서 알짜 부동산을 사들인 행태가 닮지 않았냐는 얘기다.
 
어차피 서민과는 관계없는 일이긴 하다. 서민은 김의겸처럼 자금력도 정보력도 없다. 더구나 임대소득이 나오기 어려운 지하·옥탑방까지 상가로 인정받을 능력도 없다. 그런데 이런 위선이 어디에 있을까. 문 정부는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정부 책임자들은 “주택 시장이 정부 정책을 이길 수 없다” “다주택자는 파는 게 좋다” “지금도 집값이 더 내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서민은 이런 국민 기망극에 분노해야 한다. 부동산은 여전히 자산 축적의 징검다리인데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는 전월세로 시작해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 뒤 평수를 늘려나가면서 자산을 키워 왔다. 주식과 비교해도 부동산의 위력은 압도적이다. 주식은 어느 주식이 오를지 알 수 없어 자산 증식 수단이 못 된다. 투자의 귀재 피터 린치조차 부동산의 안정성을 인정했다. “집은 최소 6개월 이상 발품을 팔아 살펴본 뒤 사들이지만 주식을 그렇게 신중하게 선택하는 사람이 없다”면서다.
 
김의겸 역시 30년 무주택자의 결론으로 ‘부동산 불패’를 선택했다. 공인으로선 부동산 옥죄기·최저임금 과속 인상·탈원전 등 현 정부의 정책실험을 ‘대변’했지만 시민 김의겸은 시장 원리를 믿었다. 그리고 가슴이 뛰는 대로 행동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진리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생각은 김의겸만의 생각도 아니었다.
 
부동산 투자를 적폐 취급해 온 이 정부가 중용하려던 사람들은 십중팔구 부동산 부자들이다. 건설교통부 장관에 낙마한 최정호는 3주택을 통해 2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는 3채 보유자다. 강남에 살면서 “누구나 강남에 살 필요 없다”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지난해 집값만 4억 5000만원이 뛰었다. ‘내로남불’의 끝판왕들 아닌가. 앞으론 말과 행동이 일치하길 바란다. 서민들에게 위안이라면 이들이 ‘부동산의 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는 점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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