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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이미 '물가(GDP디플레이터 상승률)'는 마이너스인데…

중앙선데이 2019.04.05 16:46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0%대에 그치면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냐,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측면의 구조적 문제인가.  
  
이 논쟁이 중요한 건 저물가 추세가 장기화하면 ‘디플레이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안정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죠. 하지만 물가가 장기간 하락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가는 국면에 접어들면 소비자는 구매를 미루고, 기업은 투자에 나서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게 상책입니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이유입니다. 이 결과 생산은 위축되고, 근로자의 임금 감소나 실직이 이어집니다. 물가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자료: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자료:통계청

 
정부는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전년 동월비, 1월 0.8%, 2월 0.5%, 3월 0.4%)에 머문 이유를 공급 측면의 일회성 원인으로 돌립니다. 유류세 인하가 시행된 데다 최근 들어 농산물 출하량 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물가 상승률 둔화 기조는 유류세 인하가 끝나고 채소 등의 출하량이 줄면 방향을 틀 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반론을 펴는 시각도 만만찮습니다. 일부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거나 심지어 물가가 하락하는 추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등도 켭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가계에서 소비하는 460개 품목의 가격에 가중치를 적용해 조사한 지표입니다. 소비자가 주로 구매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 변동만 측정한 것입니다. 품목별로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에 체감 물가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반면에 GDP 디플레이터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물가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입니다.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가요인을 포괄하는 것으로 명목 GDP를실질 GDP로 나누어 값을 구합니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에 이미 -0.1%(전년 동기대비)를 기록했습니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0%대는 지난해에 시작돼 1분기 0.7%, 2분기 0.6%, 3분기 0.1%로 낮아졌고, 4분기에 마이너스로 접어들었습니다. 연간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2017년 2.3%에서 지난해는 0.3%로 뚝 떨어졌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4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췄습니다. 다른 경제연구소나 국제기구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경제에 활력이 떨어지면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추세입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침체도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게 장기화하면 일본식 경기 침체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걱정을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요. 기존 방식과 경제 철학으로는 저성장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새 길을 찾겠다면서 소득주도 성장 등에 시동을 걸었지만, 지금까지는 제자리를 맴돌거나 오히려 역주행했을 뿐입니다.  
  
다음 달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됩니다. 임기의 5분의 2가 지납니다. 이제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냉정히 평가해야 할 때입니다. 수요 측면의 대책도 좋지만 공급 사이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투자입니다. 특히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규제 혁파니 노동 개혁이니 어려운 거 압니다. 하지만 힘들다고, 또는 정치적 이유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피한다면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를 덮칠 수 있습니다. 지금은 2년간의 공과를 확실히 따져보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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