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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의 돌변 "中, 그 섬 건드리면 군에 자살임무 명령"

중앙일보 2019.04.05 11:26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침내 중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5일 두테르테가 최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파가사 섬에서 중국은 “손을 떼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소유 남중국해 티투 섬에
중국 선박 수백 척 몰려와 압박하자
친중국 노선 접고 강력 경고 발언

 
두테르테는 “나는 간청하거나 애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티투 섬(파가사 섬의 필리핀 이름)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곳에 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만일 중국이 그 섬을 건드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 연합뉴스]

두테르테는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나는 병사들에게 ‘자살 임무를 준비하라(prepare for suicide mission)’고 명령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반복해서 중국과 전쟁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전쟁이 자살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이 같은 두테르테의 발언은 그가 이제까지 줄곧 친중국 노선을 걸어온 점을 감안할 때 커다란 변화로 분석되고 있다. 2016년 취임한 두테르테는 중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 받고 그 동안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해 왔다.
 
중국과 필리핀은 최근 필리핀이 차지하고 있는 티투 섬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말 필리핀이 티투 섬에 활주로 및 부두 보강 시설을 시작한 이래 중국 어선 수백 척이 몰려와 필리핀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저인망 어선 등을 포함한 중국 선박들은 고기잡이를 하지 않거나 그저 정박하고 있는 상태일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투 섬에서 불과 12해리 떨어진 곳에 중국이 미사일을 배치한 수비 암초가 있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의 한 방송은 필리핀 군부의 발표를 인용해 무려 중국 선박 600여 척이 지난 1월부터 티투 섬을 에워싸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군대가 티투 섬의 활주로 보수 공사를 위해 장비를 옮긴 2월 10일엔 87척의 중국 선박이 나타났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이에 필리핀에서 반중국 목소리가 높아졌고 필리핀 외교부는 4일 성명을 통해 “중국 선박의 출현은 불법이며 필리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중국 선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게 중국 정부에 의해 취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의 “중국이 건드리면 군대에 자살임무를 준비하라고 명령하겠다”는 말은 이 같은 필리핀의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남중국해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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