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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인싸]정말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중앙일보 2019.04.05 06:00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날 행사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주관으로 열린 ‘군 복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였습니다. 20대 남성의 외침에 진행자인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작은 세미나실에는 현역 군인, 복무 중 다친 전역자, 20대 남성 일반인 등 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주관으로 열린 '군 복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토론회. 임성빈 기자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주관으로 열린 '군 복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토론회. 임성빈 기자

이 최고위원은 “정책토론회인데도 온라인에서 120명 이상이 시청하고 있다. 너무 열렬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당 최고위원회 회의 중계도 60명 정도가 본다. (이 토론회가) 더 관심이 많다”고 웃기도 했습니다. 하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됐는데, 실시간 댓글에는 세미나실에서 고함을 지른 남성과 비슷한 주장이 많았습니다. ‘여성도 군대를 보내야 한다’ ‘이번 정권 들어서 남성 차별이 너무 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남자’는 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 했을까
그런데 문득 뭔가 꼬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을 토론하는 자리인데 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이 쇄도한 걸까요?
 
한 남성 참석자는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군 가산점제도로 취업의) 당락이 결정된다고 하는데, 군 복무자들은 벌써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군 복무자들의 손해를 전제하지 않고 차별이라고 한다. 감히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에서 군 복무자들의 희생을 폄하한다. ‘군바리’나 ‘군무새’ 같은 조롱 발언까지 나오는 사회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분노에서 군 가산점 부활ㆍ폐지 논란이 ‘젠더 이슈’로 번지는 이유가 발견됩니다.
 
대표적 군 복무 보상 정책인 ‘군 가산점제도’는 왜 성토의 대상이 됐을까요. 이 제도는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공무원 시험 등에 응시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군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국가적 차별이라는 여성계와 장애인 단체의 반발로 1999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걸까요. '군필' 남성들이 체감할 수 있는 뚜렷한 보상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군 복무 기회비용은 1인 4000만원”
18개월 이상이라는 짧지 않은 군복무기간은 국가에 대한 헌신이라는 공감대는 분명 존재합니다. 이날 토론회의 발표자 중 한 명인 김성훈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위원도 “군 복무의 기회비용을 ‘내재적 조세’로 산출하면 병사 한 명당 2016년 기준 평균 4000만원가량의 손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길호 호원대 교수(국방무기체계학)도 “군 복무의 고용주인 국가가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 복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 참석자들도 발언을 하며 의견을 나눴다. 임성빈 기자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 복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 참석자들도 발언을 하며 의견을 나눴다. 임성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도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어떻게 존중받고 얼마나 보상받아야 하는지를 모색했습니다. 병사의 봉급 인상, ‘학점 인정제’, ‘전역지원금’ 등이 언급됐습니다. 그런데, 토론 도중에 ‘군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면 여성들도 모두 군대에 가서 고생하자’는 식의 주장이 나왔습니다. ‘함께 잘 살자’는 논의라기보다는 ‘함께 못 살자’는 외침으로 변질된 겁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일단 군 가산점제 위헌 결정의 취지도, 여성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보입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만약 군대를 모든 사람이 다 가는 상황에서, 군 복무를 기피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다. 하지만 군대에 모두 갈 수 없는 상황인데 군 복무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신 교수는 또 “‘모두 군대에 가자’는 주장은 군비 감축을 해 나가야 하는현시점에서 볼 때 시대착오적이다”고 주장했습니다.
 
1999년 열린 재향군인회 주최 군 가산점 폐지 반대 집회[중앙포토]

1999년 열린 재향군인회 주최 군 가산점 폐지 반대 집회[중앙포토]

최근의 취업난은 20대 남성들을 더 예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 의원은 지난해 말 페이스북에 “남자는 2년간 군 복무할 동안 여성은 일찍 사회에 진출한다”고 적었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2년 먼저 돈을 벌 수 있으니, 20대 남성이 경제적으로 불리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성들 역시 여전히 불평등을 겪고 있습니다. 2016~2017년 한 금융회사가 입사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깎으며 불이익을 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취업 시장은 불평등하다’는 여성들의 인식 역시 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이런 상황에 여성들에게 군 가산점은 단순한 플러스 점수 이상의 문제입니다.
 
논리보다는 분풀이 ‘여성 입대론’
이 최고위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런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남성처럼 1년 9개월가량의 사병복무를 허가하고 대신 남성의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여성의 지원제를 추가로 허용한다면 여성이 ‘단기 군 복무를 하고 싶으나 하지 못하는’ 불평등에 대한 제도적인 면은 해소되리라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다만 이 주장이 ‘여자도 군대 보내자’는 말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여성 입대론’은 논리적인 주장이라기보다는 분풀이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장기적인 군의 운용 계획, 군필자에 대한 적절한 대우 방안, 차별과 평등에 대한 고민 등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검토가 선행돼야 합니다. 정말로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소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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