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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노후생활비 176만원, 국민연금은 평균 40만원

중앙일보 2019.04.05 00:05 종합 8면 지면보기
추락하는 중산층 <하> 
[중앙포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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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박모(59)씨는 1990년대 횟집 주방장을 했다. 그때만 해도 한 달에 250만~300만원을 벌었다. 일을 마치고 술을 많이 마셨는데, 그 습관이 계속되면서 어느새 알코올 중독에 가까워졌다. 주방장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이후에도 술에 빠졌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20년간 공사판을 전전했다. 일당 10만원이었고,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벌었다. 지난해 4월 몸이 안 좋아 이마저 할 수 없게 됐다. 그 후 서울시 자활근로사업을 하며 월 65만~70만원을 벌다 지난해 말 그만뒀다. 실업급여를 신청해 놓고 노숙인 쉼터에서 잠자리를 해결한다.
 
박씨는 “한때 중산층이었지만 지금은 하층 중의 하층”이라고 말한다. 그는 강제로라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기회가 없었다. 번듯한 회사에 다녔으면 의무 가입했을 터다. 그랬다면 최대 5년을 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이라도 신청할 텐데 그럴 수 없다. 취재진이 기초연금을 설명하자 “65세가 되면 받을 수 있다고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할 때 설명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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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외톨이다. 결혼을 하지 못했고, 알코올 중독이 심해지면서 부모·형제와 연락이 끊겼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같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지 못할뿐더러 ‘가족 안전망’도 없다. 건설장비 사업가 출신 정태숙(65)씨도 사업 실패 후 택시 운전, 노동일 등을 했는데 국민연금에 제대로 가입하지 않아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앙일보가 만난 ‘추락한 5060 중산층’ 24명은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사회안전망이 받쳐준 경우가 거의 없었다. 5명만 국민연금 수령자인데 연금이 최저 월 20만원, 최고 100만원이었다. 460만명의 국민연금 수급자 평균 연금액은 약 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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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최소 노후 생활비 176만원(1인 108만원,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턱없이 못 미쳤다. 80만원의 연금을 받는 최모(63)씨는 “연금으로 부족해 부부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연령(만 62세)이 안 된 사람도 요건을 갖춘 경우가 많지 않다. 서울 구로구 이모(60)씨는 연금수령 최소 가입 기간(10년)을 채우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타서 다 썼다.
 
건강보험도 제 기능을 못한다. 질환 중 척추 디스크가 문제다. 전직 학원장 이모(56)씨는 학원 문을 닫은 뒤 빚 갚느라 막노동을 하다 디스크가 악화됐다. 서울 구로구 이씨는 10년 전 허리 통증이 시작됐다. 병원비 부담에 동네의원에서 주사를 맞고 버텼다. 야간에 택시 운전을 6년 했더니 더 나빠졌다. 치료 시기를 놓쳐 다리 마비증세가 와서야 수술했다.
 
실업급여는 평가가 엇갈린다. 황모(56)씨는 “든든하다”고 말했다. 최모(58)씨는 “적지만 재취업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모(57)씨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말했다. 금액이 적고 기간이 짧다는 의미다.  
 
‘추락 중산층’은 일자리 알선에 불만이 많다. 김순철(61)씨는 “고용센터·구청에서 일자리를 알선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아니다”고 말한다. 정태숙씨는 “돈(실업급여)으로 받는 건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 연결이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락 중산층’은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중산층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구모(74)씨는 “나보다 자식·손주 세대가 걱정이다. 나는 그나마 중산층을 경험했지만 그들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신성식·이에스더·이승호·김태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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