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첫 5G 상용화…BTS 공연장 속 들어가고, 내 몸이 카트라이더가 됩니다

중앙일보 2019.04.04 11:58
바로 눈 앞,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무대 위에 방탄소년단이 걸어나와 칼 군무를 춘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니 화려한 조명들이 어지럽게 오가며 무대 위를 비춘다. 뒤를 돌아보니 한 소녀 팬은 눈물을 글썽이며 "BTS"를 연호하고 있다.
오늘부터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서 이처럼 콘서트장 한 가운데 있는 듯한 경험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아이돌 영상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기만 하면 이런 장면이 곧장 펼쳐진다.
관련기사
 
가상현실, 게임 등 5개 영역서 달라진 세상 실감  
4G에서는 불가능했으나 5G의 상용화로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게 된 콘텐트는 크게 VR, 증강현실(AR), 게임, 초고화질 미디어, 새 커뮤니케이션 툴 등 5가지 영역이 꼽힌다. 대부분 데이터 용량이 큰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다. VR의 경우 정지 화면을 기준으로 한 화면이 약 7억2000만개의 픽셀(가로 3만x세로 2만 4000개 픽셀)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좌우로 돌렸을때 나타나는 주변 장면들까지 포함하면 한 장면이 약 25억개의 픽셀로 이뤄져 있다. 이런 장면이 1초에 60~120개의 프레임으로 빠른 속도로 이어져야 화면이 뿌옇지 않고 선명해 실제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VR 영상은 일반 영상보다 4배 많은 데이터 용량이 필요하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4G 시대엔 없었던 아이돌 VR 영상 앱이 5G를 맞아 등장한 건 5G 네트워크 속도가 아니면 그만한 데이터 용량을 끊김 없이 실어 나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를 맞아 아이돌 스타의 무대를 가상현실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출시했다.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5G 시대를 맞아 아이돌 스타의 무대를 가상현실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출시했다. [사진 LG유플러스]

 
1인 크리에이터도 차원 다른 영상 만든다 
청소년들에게 인기 직업으로 뜬 1인 크리에이터도 5G  시대를 맞아 콘텐트 변신을 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1인 미디어 콘텐트는 크리에이터가 한 손에 카메라를 들거나 한 쪽에 거치해두고 촬영하는 방식이어서 영상에 다양성이 없었다. 5G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360도 카메라를 크리에이터가 있는 방안에 두면 시청자는 마치 크리에이터가 있는 공간 속에 함께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구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60도 동영상의 클릭률이 일반 동영상의 5배에 달했다. 영상 시청 '완주' 비율도 360도 영상이 일반 영상보다 4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 미디어의 라이브 중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게임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온다. 카트라이더나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명작 게임이 5G 시대를 맞아 VR 버전으로 출시된다. 이렇게 되면 카트라이더는 더 이상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아니다. VR 헤드셋을 쓰면 내가 카트라이더의 주인공이 돼 질주하고 점프하는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 등의 중계 화면을 최대 5개까지 동시에 볼 수 있는 e스포츠 중계 전용 앱도 등장했다.
 
5G 초기, 이통사 중심으로 전용 콘텐트 나와 
VR을 이용한 아이돌 영상이나 게임은 이동통신 3사가 대부분 서비스 한다. 이통 3사는 '타사에는 없는 5G용 킬러 콘텐트' 개발에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SK텔레콤은 VR을 이용해 1대1 영어 코칭을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VR 헤드셋을 쓰고 앱에 들어가면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KT는 3차원(3D)과 AR을 혼합해 최대 8명까지 동시에 영상 통화가 가능한 서비스를 내놨다. 대화방에 등장하는 내 모습은 이모티커를 활용한 캐릭터로 꾸밀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프로골퍼가 실제 경기 중에 한 스윙 장면을 원하는 각도와 속도로 돌려 볼 수 있는 골프 앱을 내놨다. 전용 카메라 40대가 다각도로 촬영한 스윙 영상을 돌려 보며 초보 골퍼도 프로 같은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다. 이 앱에서는 AR을 활용해 선수가 친 공의 비거리, 공의 궤적 낙하지점, 홀컵까지 남은 거리 등을 입체 화면으로 제공한다.

KT 위즈 5G 모션트래킹. [사진 KT 위즈]

KT 위즈 5G 모션트래킹. [사진 KT 위즈]

 
생태계 형성 땐 5G로 즐길 앱 쏟아질듯
5G는 아직 생태계가 형성 안돼 이통사 중심으로 초기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5G 망을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도로공사가 지은 휴게소나 음식점 등등이 군데군데 배치돼 있을 뿐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금의 앱들은 LTE 망에 작동하기에 최적화돼 출시됐다"며 "세계적으로 5G폰 사용자가 늘어 시장이 형성되면 개발자들이 달려들어 5G로 즐길 창의적인 앱과 콘텐트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늘면 5G 고속도로 주변에 다종 다양한 상가가 입점할 것이란 얘기다.
 
조난자 구조, 원격 진료 등 B2B 활용도 높아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5G 망은 B2B 영역에서도 급속 확산할 전망이다. 4G가 기기와 사람 간에 데이터를 주고 받기에 적합한 속도였다면 5G는 기기 간(Machine to machine)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놀이공원에 5G 기지국을 세우면 VR 기술과 놀이기구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한달치 회비를 미리 내고 헬스클럽에 가지 않더라도 단체 운동을 즐길 수 있다. 혼합현실(MR)을 기반으로 좁은 공간에서 스쿼시도, 테니스도 즐길 수 있어서다. 숙박업소에서는 지능형 객실 서비스가 가능하다. 실제 서울 동대문 N호텔에는 KT가 개발한 '기가지니 서비스'가 적용됐다. 고객이 방안에서 "불 꺼줘" "JTBC로 TV 채널을 바꿔줘"라고 말하면 명령을 따르고,  "수영장 위치 어디야" 라고 물으면 탁자 위 태블릿 PC에 안내도가 뜬다. 이 밖에 조난자 위치를 파악하고 로봇을 통해 구호하는 활동, 공장 생산라인에서 결함이 있는 제품을 영상으로 판독해 골라내는 제어 기술 등이 모두 5G를 바탕으로 가능해진다. 
5GX 와이드 뷰로 야구장 전체를 초고화질로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사진 SK텔레콤]

5GX 와이드 뷰로 야구장 전체를 초고화질로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사진 SK텔레콤]

 5G 시대가 본격화했지만 아직 미흡한 점도 많다. 요금제가 비싼 데다 단말기 가격도 100만원대 중반에 달할 정도여서 부담스럽다. 4G에서 갈아탈 정도로 압도적 콘텐트가 많지 않은 것도 약점이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2차,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었던 전력과 정보화도 잠재적 가치가 구현되기까지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5G가 시작됐다고 전등 스위치를 켜듯 곧바로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5G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과 결합하면서 생활 현장과 산업 현장이 5G 이전에는 없던 세상으로 변신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