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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병원 예약이 새벽 4시···MRI 건보에 환자 장사진 풍경

중앙일보 2019.04.04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의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 교수가 MRI 검사 중인 환자 영상을 판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 교수가 MRI 검사 중인 환자 영상을 판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모 병원 간부 이모(55)씨는 지난해 어깨 회전근육이 파열돼 서울의 A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해야 했다. 병원 측에서 지난해 말 일요일 새벽 4시로 예약을 잡았다. 한 달 전에 잡은 건데도 그랬다. 이씨가 “너무하지 않으냐”고 항의했다. 그랬더니 “좋은 시간”이라며 토요일 밤 10시로 바뀌었다. 실내가 추워서 40분간 MRI 통속에서 떨었다. 이 때문에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 이씨는 “환자를 그리 배려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대형병원 MRI·CT 검사 급증
환자 감당 못해 주말·심야 검사
문케어·고령화로 환자 더 쏠려
“병원·경증환자에 불이익 줘야”

이 병원만 그런 게 아니다. 상당수 대학병원이 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주말, 새벽 할 것 없이 검사를 돌린다. 몇 년 전부터 그랬고 요새는 더 심해졌다. 42개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리기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긴다. 3일 보건복지부가 자유한국당 유재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지역 상급종합병원(21개)의 지난해 MRI 검사는 49만 건이었다. 2017년보다 11.1% 증가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도 19.5% 늘었다.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도 3.8% 늘었다. 서울의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 등 소위 ‘빅 5’ 병원은 7.8% 늘었다.
 
상급병원 환자 쏠림 이유는 복합적이다. 2017년 8월 시행한 건보 보장성 강화정책(일명 문재인 케어) 때문에 대형병원 문턱이 조금씩 낮아졌다. 환자 본인부담 인하, 비보험 진료의 건보 적용, 선택진료비(특진료) 폐지, 2·3인 병실료와 뇌·뇌혈관 질환 MRI 검사 건보 적용 등이 순차적으로 시행됐다. 고령화, 상급병원 환자 증가 추세의 영향도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현대 의학이 환자와 대화를 통해 진단하는 방식에서 MRI·CT 등의 영상이나 혈액 검사, 생화학 검사 등에 의존하는 쪽으로 바뀌는 점도 대형병원 영상 검사를 늘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병원도 할 말이 있다. 서울대병원에는 MRI·CT가 각각 9대 있다. MRI 검사는 환자당 30~40분, CT는 10~20분 걸린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매년 조금씩 늘어왔고, 지난해 10월 뇌·뇌혈관 MRI 건보 적용 후 더 는 것 같다. 기계가 한정돼 있으니 불편한 시간에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평일 오전 8시~오후 10시에 검사하고 주말·공휴일도 가동한다. 그리해도 MRI는 40일, CT는 두 달 밀려있다. 다른 병원은 새벽이나 심야에도 검사한다.
 
병원이 MRI 기계를 완전가동해도 건보 적용이 확대되면 손해다. 검사비가 40% 깎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원장은 “진료에선 적자를 보고 임대·장례식장·주차장 등에서 적자를 메운다”고 말했다. 문 케어의 영향이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대형병원 쏠림이 심해져 ‘새벽 검사’가 더 잦아질 전망이다.
 
대만은 지난해 의료기관이 영상 검사 후 48시간 이내에 클라우드에 파일을 올리게 의무화했다. 다른 병원에서 찍지 않고 그걸 활용하면 수가를 얹어준다. 병원의 수가 현실화도 필요하다. 대한병원협회는 진찰료·입원료 같은 기본진료 수가가 원가의 50~54%라고 추정한다. 수술·처치·검사 등을 합한 전체 수가는 원가의 89.6%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진료할 경우 환자와 병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작은 병원으로 가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환자의 동선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대형병원의 야간·주말 검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달 눈·코·귀·얼굴…MRI 검사 건보 적용
다음 달부터 눈·코·귀·얼굴 등 두경부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지금은 질환이 의심되지만 MRI 검사에서 악성종양·혈관종 등이 나오지 않으면 보험이 안 된다. 앞으로는 질환이 의심돼서 검사하면 결과와 관계없이 건보가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3일 2019년 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건보가 적용되면 두경부 MRI 부담이 평균 50만~72만원에서 16만~26만원으로 줄어든다(측두골 조영제 MRI 기준). 환자 부담률은 상급종합병원이 60%, 종합병원이 50%다. 진단 이후 경과를 관찰하기 위해 6년 4회에서 10년 6회로 건보 적용 기간과 횟수가 늘어난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난임치료 시술 건보도 확대된다. 난임치료시술은 2017년 10월 건보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대상을 법적 혼인 관계에 있는 만 44세 이하(만45세 미만) 난임 부부로 제한했다. 여성 연령이 증가할수록 임신율과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유산율 등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의학적 판단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연령 제한이 폐지된다. 만 45세 이상 여성도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거쳐 필요한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된다. 또 체외수정의 경우 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은 3회까지만 건보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체외수정은 신선배아 3회, 동결배아 2회, 인공수정은 2회 추가로 건보 적용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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