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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을 울린 대학 새내기, 1주일 밤 새우며 연습했어요

중앙일보 2019.04.04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중앙일보·JTBC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하는 제45회 중앙음악콩쿠르가 2일 막을 내렸다. 그동안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대진, 작곡가 김택수 등 스타 음악가들이 거쳐 간 대회다. 올해는 435명이 참가해 19명이 입상했고, 7개 중 3개 부문에서 1위 수상자가 나왔다. 1위 수상자들의 소감과 포부를 들었다. 
 

제45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피아노 1위 노현진
“다양한 음색” 심사위원 전원 1위
초등 4년 때 슈베르트로 시작해 

피아니스트 노현진이 지난달 30일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음악이 여유 있고 숨을 쉰다“ ’깊고 울림이 풍부한 소리를 갖고 있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중앙포토]

피아니스트 노현진이 지난달 30일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음악이 여유 있고 숨을 쉰다“ ’깊고 울림이 풍부한 소리를 갖고 있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중앙포토]

노현진(18·서울대 1·사진)은 올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주자다. 이번 콩쿠르 전 부문을 통틀어 최고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는 내 평생 가장 진심을 담아 피아노를 친 무대였다. 연주를 듣고 우신 분도 있었다. 감사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올 2월 서울예고를 실기 수석으로 졸업했고, 지난달 서울대에 입학했다. 콩쿠르 준비 기간은 길지 않았다. “1월에 참가 결정을 한 뒤 신입생 환영회, 새내기 배움터 여행 등을 다 포기하고 연습에 매달렸다. 콩쿠르 직전 1주일 동안은 매일 밤을 새웠다”고 했다. 주희성 서울대 교수가 지도를 맡았다.  
 
노현진

노현진

그는 본선 무대에서 김현민의 연습곡 4, 10번과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16번’, 라벨의 ‘라 발스’를 연주했다. ‘라 발스’에 대해 그는 “연주한 지 오래됐지만 한 번도 질린 적이 없었던 곡”이라며 “여러가지 이미지를 떠올리며 칠 수 있고, 칠 때마다 새로운 파트가 들린다”고 말했다. 또 “김현민의 연습곡은 즐기면서 연습을 할 수 있겠다 싶어 골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콩쿠르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줬다. 심사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그를 1위로 꼽으며 “곡 해석이 짜임새가 있고 명확하다” “다양한 음색을 구사하며 설득력 있는 구성력을 갖췄다”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잠재력이 보인다”고 평했다.
 
그가 피아노를 배운 건 초등 4학년 때부터다. 그가 만난 첫 악보는 슈베르트 즉흥곡 4번이었다. 바이엘이나 체르니 등으로 기초를 닦는 대신 슈베르트 즉흥곡을 한 음 한 음 익혔고, 두 달 만에 곡을 완성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가 그의 첫 스승이었다. 그는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의 길이 연습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며 말리셨다. 하지만 연습할수록 피아노의 소리가 마치 다이아몬드 다듬어지듯 바뀌는 과정이 괴로우면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제 대학생으로 후회 없이 공부하고, 놀고 싶다”는 그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국제 콩쿠르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어떤 무대에 서더라도 진심을 전달하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낡은 일기장에서 따온 새벽의 명상곡 
작곡 1위 김신

김신

김신

김신(25·사진)이 제출한 창작곡의 제목은 ‘야상시’다. 테너와 앙상블을 위한 곡으로, 가사는 늦은 밤과 이른 새벽의 감성과 인상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밤에만 느낄 수 있는 감성들에 대해 조화롭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평소에 밤에 작업하는데 그때그때 느낀 감정이나 느낌 등을 일기장에 적어둔다. 이번 곡의 가사는 과거에 적어둔 일기장의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 다닐 때 첼로를 배운 그는 초등학생이 되면서 놀이 삼아 작곡을 시작했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작곡이란 생각이 들어 작곡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매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규칙적으로 곡을 쓰는 편이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자리에 앉아 작업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그가 작곡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통’과 ‘균형’이다. “대중이 듣기에 어렵지 않고 곡이 조화로우면서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나만의 곡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나만의 소리 즐기는 음악가 되고 싶어
바이올린 1위 임동민

임동민

임동민

“가슴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는데 좋은 성적을 받아 감사해요. 선생님(김남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해 주셨어요.”
 
임동민(18·한예종 3·사진)은 이번 본선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연주해 “표현력이 뛰어나고 소리의 색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곱 살 때 바이올린을 잡았다는 그는 “내가 하는 대로 소리가 나는 게 재미있어 전공까지 했다”고 말했다. 예원학교 3학년을 마친 뒤 고등 과정을 건너뛰고 영재 전형으로 한예종에 진학했다. 그는 “초견이 좋고 손가락이 빨리 잘 돌아간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게 진중하게 깊이 파고들지 않는 단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그는 “음악을 더 즐기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지난해 스위스 ‘메뉴힌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 참가해 1차에서 탈락했지만,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수상자들의 연주를 듣고 큰 자극을 받았다”며 “스스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작곡가 뜻부터 이해를 … 일부 반주 실수 거슬려
심사평

45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명단

45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명단

◆ 피아노(심사위원장 이연화)=본선 참가자들은 완성도 있는 연주 실력을 보여주었다. 작품이 요구하는 소리를 적절하게 구현하며 감수성이 돋보이는 연주를 선보이는 연주자가 많았다. 특히 노현진 은 스케일이 크고 표현력도 탁월했다.
 
◆ 작곡(심사위원장 박이제)=본선에 진출한 네 작품은 전반적으로 창의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창작곡이었다. 1위를 차지한 곡은 성악가 선정뿐 아니라 앙상블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 바이올린(심사위원장 유시연)=본선 과제는 음악에 대한 지적 능력을 갖춘 음악가의 역량을 평가하기에 적절한 곡이었다. 작곡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설득력 있게 연주한 임동민이 높은 성적으로 우승했다.
 
◆ 첼로(심사위원장 홍성은)=본선 지정곡은 슈만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 4년 전 작곡한 것으로 신체·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의 작품이다. 리듬과 음정이 까다롭고 표현하기 어려운 곡이다. 본선 진출자들은 기본기가 좋으나 연습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 플루트(심사위원장 김현숙)=최종 과제 곡은 테크닉적으로 어렵고 높은 음역의 연주가 요구된다. 계속되는 스타카토와 2악장의 정확한 음정 처리 등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본선에서 계속되는 반주 실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 성악(심사위원장 옥상훈)=본선 참가자들이 이른 나이에 이룬 성취에 대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본선에 임했던 진지한 모습으로 정진해 훌륭한 성악가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이지영·정아람 기자 jylee@joongang.co.kr

 
중앙음악콩쿠르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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