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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역대급’ 저물가라는데… 체감 물가와 괴리 ‘최대’

중앙일보 2019.04.03 16:44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고르고 있다. [세븐일레븐]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고르고 있다. [세븐일레븐]

직장인 박민영(37) 씨가 요즘 가장 자주 산 물건 중 하나는 ‘미세먼지 마스크’다. 최근엔 기능성ㆍ패션 마스크까지 등장하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자녀에겐 밸브 달린 마스크를 사주는 데 1개당 2500원꼴이다. 네 식구 한 달 마스크 값만 10만원가량 든다. 최근엔 빨래에 붙은 미세먼지를 털어준다고 해서 140만원 하는 ‘건조기’까지 들여놨다. 미세먼지가 일상화하면서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 두 품목은 정부의 공식 소비자물가 통계에선 빠진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지난해 3월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2016년 7월(0.4%)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연간 1.5%였던 물가 상승률은 올 1월 0.8%로 떨어진 데 이어 2월(0.5%)→3월(0.4%)로 주저앉았다. 3개월 연속 0%대다. 1분기 기준 0.5%로 1965년 이후 최저치다.
 
0%대 ‘저물가’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체감 물가’는 그렇지 않다. 3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물가 인식(지난 1년간 소비자가 인식한 물가 상승률 수준)은 2.4%로 조사됐다. 물가 인식은 한은이 매달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수치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볼 수 있는 지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물가 통계와 체감 물가 사이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물가 인식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격차는 1.9%포인트를 기록했다. 2018년 1월(1.7%포인트) 이후 가장 많이 벌어졌다. 이는 한은의 물가 인식은 통계청과 달리 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또 통계청 소비자 물가는 460개 대상 품목의 가격에 가중치를 곱해 조사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은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품목에서 물가가 내리더라도 외식비·교통비·농산물 등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감물가와 실제 가격 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균해 만든 공식 소비자물가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 2월 23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고 발표한 맥도날드 점포 전경 [연합뉴스]

올 2월 23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고 발표한 맥도날드 점포 전경 [연합뉴스]

더욱이 연초부터 가구ㆍ식품ㆍ외식업계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가구업계 1위 한샘은 2월 옷장ㆍ붙박이장ㆍ드레스룸 등 가정용 가구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맥도날드도 같은 달 버거 6종, 아침 메뉴 5종 등 23개 메뉴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어묵, 장류 등 7개 품목 가격을 인상했다. 택시비를 비롯한 대중교통 이용료, 상하수도ㆍ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저유가 등 영향으로 수치로 보는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미미할 전망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지표가 현재 경제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면 이에 기반을 둬 이뤄지는 정책의 수립ㆍ집행 과정에서도 순차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동향 조사를 꾸준히 개편해왔다. 2016년 말엔 소비 지출 비중이 높아진 현미ㆍ블루베리ㆍ스마트폰수리비 등을 조사 품목에 추가하는 등 460개 항목을 개편했고, 지난해 말엔 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조정했다. 개편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당기기로 했다. 김윤성 과장은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와 디지털 소비 같은 트렌드 변화를 최대한 반영해 체감 물가와 공식 물가 사이 괴리를 좁혀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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