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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청와대 낙하산’…경호처 퇴직자 2명 알짜회사로

중앙일보 2019.04.03 15:21
지난달 퇴직 공직자 심사에서 청와대 경호처 출신 2명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하는 것에 대해 '취업 가능' 결정을 받았다. 사진은 청와대 경비대 근무 교대식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퇴직 공직자 심사에서 청와대 경호처 출신 2명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하는 것에 대해 '취업 가능' 결정을 받았다. 사진은 청와대 경비대 근무 교대식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경호처에서 퇴직한 3·4급 직원이 정부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지분 투자한 민간기업으로 ‘취업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았다. 한 달 전에도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했던 한정원 전 행정관과 황현선 전 행정관이 각각 억대 연봉을 받고 메리츠금융 상무, 연합자산관리(유암코) 감사로 옮긴 바 있어 또다시 ‘청와대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직자윤리위 심사서 ‘취업가능’ 결정해
前 경호처 직원 공공기관·민간기업 이직
정부공직자윤리위 “경호처 직무 특성상
업무 관련성 거의 없어 취업 승인률 높아”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를 담당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3일 전직 경호처 직원 A씨가 한국교통안전공단 감사로 취업하겠는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역시 경호처에 근무했던 B씨(4급)도 왕십리 민자역사를 관리하는 비트플렉스로 옮기는 것에 대해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임기 2~3년이 보장되는 ‘따뜻한 자리’다. 
 
A씨는 청와대에서 정년퇴직하고 교통공단으로 옮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교통안전공단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아직 취임 전이라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처우에 대해선 “직제상 비상근 감사라 월급 200만원과 회의수당(50만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임기는 2년이다.
 
4급으로 퇴직한 B씨는 조만간 서울 왕십리 민자역사를 관리·운영하는 비트플렉스 감사에 취임한다. 비트플렉스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비트컴퓨터가 투자한 회사로, 지난해 매출 259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분 23.78%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요 주주인 코레일이 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어 매번 감사를 선임하고 있다. 자세한 인사 배경은 모른다”며 “현 감사는 7년간 근무하고 퇴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봉은 1억원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날 80명의 퇴직 공직자에 대한 재취업 심사를 한 결과 A씨를 포함해 68명이 ‘취업 승인’ 또는 ‘취업 가능’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12명에 대해서는 취업 불허(취업 제한 6명, 취업 불승인 6명) 결정을 내렸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취업 불승인’ 됐다. 2017년 퇴직한 국민안전처 치안총감은 흥국생명 사외이사로 취업하려고 했지만 ‘취업 제한’ 결정을 받았다. 
 
전직 청와대 근무자가 손쉽게 재취업하는 것에 대해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직무와 취업 예정기관(기업) 간의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야 ‘취업 제한’ 결정을 하는데 경호처의 경우 거의 대부분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취업 승인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은 따갑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김의겸 전 대변인의 ‘관(官)테크’ 논란에서 보듯 공직자에게는 절차적 적법성보다는 공공성 확보가 우선한다”며 “무엇보다 재취업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는 공직을 마치고 재취업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사회 공헌적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권고 매뉴얼을 배포할 예정이다. 청와대에서 맡았던 담당 업무와 연관 지어 퇴직 때 관련 분야 중 공익 부문에서 일해 달라고 조언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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