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분기 판매부진 똑같은데···국산차와 수입차, 원인은 달랐다

중앙일보 2019.04.03 14:24
대기업에 다니는 이성훈(45)씨는 지난해부터 고민하던 자동차 구입을 미뤘다.
 
첫째가 고교에 진학하면서 학원비 지출이 늘었고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부담도 커졌다. 생애 세 번째 차로 수입차를 생각했는데, 원하는 차종은 물량이 달려 5월 이후에나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씨는 “여윳돈도 없고 원하는 차도 마땅치 않아 지금 타고 있는 국산 미니밴을 더 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쌍용차 등 신차를 내놓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올 1분기 국내 완성차 판매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신차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다. 사진은 QM6를 생산하고 있는 르노삼성 부산 공장 조립라인의 모습. 윤정민 기자

현대차·쌍용차 등 신차를 내놓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올 1분기 국내 완성차 판매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신차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다. 사진은 QM6를 생산하고 있는 르노삼성 부산 공장 조립라인의 모습. 윤정민 기자

경기 변동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 구매가 줄고 있다.  
자동차 구매는 부동산 다음으로 목돈이 들어가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올 1분기(1~3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국산·수입차 모두 감소했다.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수치 이상의 징조가 있단 점이다.  
 
국산차 판매는 지표상 큰 감소 폭을 보이지 않았지만 올 중반기 이후 감소 폭이 커질 수 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올 초 출시된 신차 효과가 줄어들어서다. 지난해 말 연장된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이 6월 말로 끝나는 것도 악재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수입차 판매도 큰 폭으로 줄었는데,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메이저 수입사들의 물량 부족이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개소세 인하 연장 기간 전까지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주력 모델인 K5·K7의 판매가 줄어든 기아차는 올 1분기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기아차는 올해 출시된 신형 쏘울에 이어 K5, 소형 SUV 등 신차가 나오면 판매량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형 K7. [사진 기아자동차]

주력 모델인 K5·K7의 판매가 줄어든 기아차는 올 1분기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기아차는 올해 출시된 신형 쏘울에 이어 K5, 소형 SUV 등 신차가 나오면 판매량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형 K7. [사진 기아자동차]

1분기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쌍용·한국GM·르노삼성)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가량 줄었다. 신차 효과를 본 일부 업체와 나머지 업체의 실적 차이가 커 판매 부진은 지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량이 늘었다, 팰리세이드·신형 쏘나타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보다 8.7% 증가했다. 렉스턴 스포츠칸·코란도 등 신차를 연초에 내놓은 쌍용차도 14%의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나머지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주력 모델인 K5·K7 판매가 각각 18%씩 줄어든 기아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나 판매량이 빠졌다. 한국GM이 16.4%, 르노삼성이 14.9% 감소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입차 판매는 1분기 기준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6만7405대를 팔아 분기 기준 사상 최고실적을 기록했던 수입차는 올 1분기 5만2161대를 팔아 22.6%나 줄었다. 올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은 2014년(4만4434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판매량 감소의 원인은 조금 다르다. 시장점유율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물량 부족으로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아우디·폴크스바겐도 인증과 물량 부족 등의 이유로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입차도 1분기 기준 2014년 이후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재고 소진과 신차 인증 절차에 따른 공백이 주 요인이지만 수입차 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이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올 1분기 수입차 베스트셀링 1위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수입차도 1분기 기준 2014년 이후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재고 소진과 신차 인증 절차에 따른 공백이 주 요인이지만 수입차 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이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올 1분기 수입차 베스트셀링 1위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신재성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매니저는 “새 배출가스 인증기준인 국제표준실험방식(WLTP) 도입으로 인증이 늦어진 데다, 재고가 소진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며 “3월부터 물량이 늘고 있어 2분기에는 정상적인 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 홍보대행사인 웰컴 양승덕 이사도 “신차 출시를 앞두고 구형 모델들의 재고가 소진돼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물량이 정상화되면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소세 인하 효과가 사라지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수입차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메이저 수입차 업체들이 물량 부족을 겪는 동안 자동차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