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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부족 경험한 저체중 신생아, 비만 가능성 높다 왜?

중앙일보 2019.04.03 13:00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21)
역학연구(epidemiologic study)의 가장 주목할만한 성공 중 하나는 가장 흔하고 심각한 선천성 결손인 척추 이분증(spinabifida)이 주로 엽산 결핍 때문에 유발된다는 것을 20세기 후반에 밝혀낸 것이다. 미국사회에서 주로 흑인이나 남미계 지역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이 기형의 발생 빈도가 높았으나, 명확히 이 선천성 기형의 원인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백인에게는 이 선천성 기형이 발생하지 않고 흑인과 남미계 등 소수 인종에게서만 발생하자, 인종 차별과 환경부정의 문제로 크게 부각이 되었다. 가난한 지역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는 시설들이 밀집해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유해물질로 인한 건강피해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하였다. 이렇게 되자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역학조사를 맡아 진행했다. 조사결과는 뜻밖에도 산모의 엽산 부족이 선천성 기형 척추이분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척추 이분증'이라는 선천성 기형은 가난한 지역의 소수 인종에게서만 발견되었다. 역학조사 결과 그 이유는 산모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엽산 부족임이 드러났다. [사진 unsplash]

'척추 이분증'이라는 선천성 기형은 가난한 지역의 소수 인종에게서만 발견되었다. 역학조사 결과 그 이유는 산모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엽산 부족임이 드러났다. [사진 unsplash]

 
선천성 기형아를 낳은 산모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은 혈청에서 엽산의 농도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것이다. 엽산 부족은 왜 선천성 기형의 원인으로 작용할까? 엽산은 DNA를 만드는 중요한 원료로 사용된다. 태아가 발달 중에 DNA 손상으로 인해 기형 발생의 위험이 높아지면, 산모는 태아의 손상된 DNA를 새 DNA로 바꾸어 준다. DNA 복원(repairing) 프로그램을 통해 태아의 기형아 발생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선천성기형을 예방한다.
 
그런데 산모의 몸에서 엽산이 부족한 경우, DNA를 합성하여 태아 DNA를 복원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가난한 동네에서는 이런 중증 기형아가 많이 발생했다. 산모들의 영양부족, 즉 엽산 부족이 선천성 척추 이분증 원인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미정부에서는 연방정부 예산으로 저소득층의 영양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산모와 청소년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 결과, 영양 개선 효과를 관찰할 수있었다. 일부 지방에서는 선천성 기형 척추이분증 발생률의 저하를 보고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개선 효과가 미미하자. 미 연방정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선천성 척추이분증의 예방대책을 내어놓았다. 흑인과 남미계 지역주민들이 과일 채소는 잘 먹지 않지만, 빵은 먹지 않느냐는 것에 착안하여, 미국에서 시판되는 모든 빵에 엽산을 첨가하도록 했다.
 
이런 조처 이후, 선천성 척추 이분증은 모든 지역에서 급격히 감소했다. 이러한 성과를 미국 정부는 중요 학술지에 투고 하여 기술했는데, 제목이 “엽산 부족에 기인한 척추이분증의 예방: 역학으로부터의현대판 기적”이다.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을 보면 미국 정부가 이 선천성기형아 예방사례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를 알게 한다.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선천성기형의 예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지 해당 선천성기형을 예방하는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해당 사례는 공중보건 역사에서도 획기적인 사건이다. 나는 의과대학생 강의나 시민 대상 식생활, 환경 강의에서 이 사례를 많이 이야기한다.
 
임신 중에 영양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태아는 '절약형' 신진대사를 발달시키게 된다.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니 에너지원이 들어올 때 한 번에 많이 비축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임신 중에 영양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태아는 '절약형' 신진대사를 발달시키게 된다.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니 에너지원이 들어올 때 한 번에 많이 비축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임신 중 영양 부족은 태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산모가 임신 초기에 적당한 영양을 잘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는 태아가 체중이 모자라는 저체중아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태아의 표준 체중은 3.5kg인데, 2.5kg보다 체중이 작은 태아를 저체중아라고 부른다. 이때 저체중아는 영양이 부족한 경우를 경험했기에, 어떻게든 태아는 살아남기 위해 영양이 부실한 상태에서 에너지 비축 효율이 높은 '절약형' 신진대사를 발달시킨다.
 
영양 부족을 경험했기에 칼로리가 높은 음식의 섭취량을 늘리려는 요구가 유난히 강해진다. 칼로리가 높은 육류나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식습관과 ‘절약형 신진대사’는 비만을 가져다주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발병의 위험을 높인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태아가 건강해지려면 예비 엄마가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칼로리만 많지,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영양부족 상태이다. 산모의 충분한 영양 상태와 출산 시 태아의 정상 체중 등은 정상발달과 더불어 질병에 걸릴 확률도 낮추어 준다. 임신 시, 혹은 영유아 시기에 영양 상태, 혹은 환경 노출이 평생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샤론 모알렘은 인체생리학, 신경유전학을 공부했고 진화의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저명한 의학 사상가이다. 그녀는 "우리 몸의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시작해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모든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남긴 유산이다. 그들에게 닥친 온갖 역병, 포식자, 기생충, 지구 상의 격변을 이겨낸 조상의 무용담이 유전자 코드 어딘가에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와 아기의 영양분 섭취가 아이의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 양배추, 사과 등 야채와 과일에 풍부한 엽산은 산모들에게 필수적이다. [중앙포토]

임산부와 아기의 영양분 섭취가 아이의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 양배추, 사과 등 야채와 과일에 풍부한 엽산은 산모들에게 필수적이다. [중앙포토]

 
요즘 주목을 받는 것은 후생유전학(後生遺傳學) 또는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 영어: epigenetics)이다. 이는 DNA의 염기서열이 변화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인 후생유전적 유전자 발현 조절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 학문이다. 이를 매개하는 분자적 수준의 이해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CpG 염기서열 가운데 사이토신 염기에 특이적으로 일어나는 DNA 메틸화와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학에서, 후성유전학은 세포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유전자를 불규칙적으로(때때로) 바꾸는 외부 또는 환경요인으로부터 초래된 세포 및 생리학적 표현 특성의 다양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후성유전학 연구는 세포의 전사적인 잠재성 내에서 역동적인 변화를 설명하려고 한다. DNA 염기순서의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학과는 달리, 후성유전학에서 말하는 세포표현 또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는 다른 원인을 갖게 되어 접두사 epi-를 사용한다.
 
이 용어는 또한 그들 자신의 변화를 가리키는데, 뉴클레오타이드 배열의 변화를 포함하지 않는 게놈에서의 기능적으로 관련된 변화이다. 그러한 변화를 생성하는 메커니즘의 예는 근본적인 DNA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은 채 유전자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변화시켜주는 각각의 DNA 메틸화와 히스톤 수정(변경)이다.
 
우리가 노출된 화학물질은 유전자에 결합하여 해당 유전자를 켜거나 끌 수 있는 유전자 스위치 역할을 한다. 우리가 끼니마다 먹는 음식 하나하나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피우는 담배 한 개비 같은 환경 요인 하나하나가 유전자 스위치를 켜거나 끌 수 있다.
 
흡연자 아버지는 비만아를 키우게 될 확률이 높다. 담배의 유해물질이 정자에 후생유전적 변화를 초래하고, 아기는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절약형 신진대사를 발달시키게 된다. 이에 서구화된 식습관이 겹쳐져 비만으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진 pixabay, 중앙포토]

흡연자 아버지는 비만아를 키우게 될 확률이 높다. 담배의 유해물질이 정자에 후생유전적 변화를 초래하고, 아기는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절약형 신진대사를 발달시키게 된다. 이에 서구화된 식습관이 겹쳐져 비만으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진 pixabay, 중앙포토]

 
태아 발달 단계에 발생하는 후생 유전 효과에 의해 자손의 특징이 좌우된다. DNA가 달라지는 대신 DNA가 발현되는 '방식'이 달라진다. 엄마의 경험에 따라 자손의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전조 적응 반응(predictive adaptive response) 또는 모계효과라고 한다. 적절한 후생 유전학적 신호를 보내면 아기의 건강, 지능, 적응성을 개선할 수 있다.
 
자녀의 건강은 모계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춘기 전에 흡연을 시작한 아버지를 둔 아들은 9살이 되면 정상아보다 훨씬 뚱뚱했다. 아버지가 들이마신 담배 연기 속 여러가지 독성물질이 아버지 정자에 후생유전적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유해물질에의 노출은 거친 환경을 암시하므로 정자는 절약형 신진대사형 아기를 만들 준비를 한다. 이러한 절약형 신진대사에 햄버거나 피자와 같은 '서양식 식습관'이 합쳐지면 아이가 비만아로 자랄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부모의 생활행동 하나하나가 자녀들, 다음 세대의 유전자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 사회의 생활환경도 다음 세대의 유전자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것들이 모이고 쌓여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진화는 종결된 것이 아니고, 지금도 진행되어가고 있다.
 
인류가 신인류로 나아가도록, 건강한 후대세대를 탄생하게 할 책임을 우리가 지고 있다. 우리의 몸을 우리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후대세대에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엄청난 선물을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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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필진

[임종한의 디톡스]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는 산업화, 문명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기는 했지만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유해성분과 독소에 노출되고 있다. 우리 몸의 독소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건강한 일상,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디톡스(Detox, 해독)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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