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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근무 25년, 주일대사 9년 청융화 퇴임···이게 中외교다

중앙일보 2019.04.03 12:53
 '25년간 일본 체류, 9년 1개월간 주일대사.'  
 

1973년 일본 유학 등 25년간 일본서 근무
2010년 대사 취임 뒤 9년은 격동의 세월
중일관계 개선 임무 완성하고 올 5월 귀임
중국 최고 일본 전문가 청융화 육성에 46년
재팬스쿨 줄줄이 찬밥 신세된 한국과 대비

이 한마디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한 중국 최고의 일본 전문가 청융화(程永華·65) 주일중국대사가 5월초 귀국할 예정이라고 NHK가 3일 보도했다. 
 
청융화 주일중국 대사. 2010년 주한중국대사를 마치고 이임할때 의 모습[중앙포토]

청융화 주일중국 대사. 2010년 주한중국대사를 마치고 이임할때 의 모습[중앙포토]

중국 정부가 주일대사 교체 방침을 정했고 이미 일본측에도 통보를 했다고 한다.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출신인 청 대사는 어려서 부터 외국어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72년 중·일국교정상화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에 파견하는 유학생으로 선발됐다.  
 
1973년부터 와코(和光) 대학과 소카(創価)대학 등에서 4년간 공부했다.
 
도쿄 하지오지(八王子)시에 있는 소카대학의 캠퍼스엔 유학시절 청 대사 등이 심었던 벚꽃 나무가 아직까지도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유학이후 중국으로 돌아가 외교부에 정식 입부한 뒤 그는 일관되게 대일외교, 대 아시아 외교 전문가로서 일해왔다. 
 
1977년부터 83년까지,96년부터 2000년까지 주일대사관에서 서기관·참사관 등으로 근무했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주일공사를 지냈다. 2010년 2월 대사로 취임한 지 벌써 9년이 넘었다. 
 
일본 체류만 25년에 달한다.
 
대사시절 중·일관계는 격동기였다. 취임한 해에 곧바로 양국간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경비선이 중국 어선 선장을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에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이 됐다. 반일시위에 중국에선 연일 일본제 자동차가 불탔고, 일장기가 찢겨 나갔다.  그 위기때마다 청 대사는 인맥을 풀 가동해 양국간 거리를 좁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조금씩 개선돼온 양국 관계는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중국 방문이 실현 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올해 답방이 현재 조정중이다.  
 
 양국 관계의 반전에 청 대사와 같은 양국 지일파,지중파가 크게 기여했음은 두 말 할 필요조차 없다.  
 
청 대사는 아베 총리와도 가깝다. 아베 총리가 일본어에 능통한 각 국의 주일 대사들을 총리공저로 불러 주재하는 오찬 모임의 단골 멤버다. 2015년 시작된 이 행사는 2018년까지 4차례 열렸고, 청 대사는 이중 3번이나 참석했다.  
 
임무를 완수하고 떠나는 ‘중국 최고의 일본 전문가 청융화’을 만들기 위해 중국은 1973년이후 무려 46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런 중국식 인재 양성법은 ‘재팬 스쿨 몰락’으로 요약되는 한국의 현실과는 크게 대비된다. 
 
지난해 주일한국대사관 정무과에서 일할 서기관 3명 모집 과정에서 외교부내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민감한 외교 현안이 많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정권 교체 등으로 인해 언제 책임을 추궁당할지 모르는 재미없고 위험한 보직"이란 인식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실제로 과거 위안부 합의 등에 참여했거나, 일본 관련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이들중 상당수가 줄줄이 찬밥 신세가 됐다. 
 
 대일외교의 현장 사령관인 대사 조차도 지일파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사인 이수훈 대사는 뒤늦게 시작한 일본어 공부 때문에 애를 먹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대신(왼쪽)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해 청와대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노 다로 일본 외무대신(왼쪽)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해 청와대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후임으로 내정된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90년대 주일대사관 근무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지일파로 부르긴 어렵다.
 
도쿄의 소식통은 "일본을 잘 알고 일본어를 잘 해야 외교를 잘한다는 법칙은 물론 없겠지만, '25년 경력의 청융화 대사'의 퇴임 소식을 접하니 지일파 양성에 소홀한 한국 외교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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