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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 42㎞ 도보길…방탄복·헬멧 휴대해야

중앙일보 2019.04.03 11:53
강원도 고성과 철원, 경기도 파주의 비무장지대(DMZ)에 보행로가 조성된다.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DMZ가 민간인에게 개방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 안전 우려에 대한 치밀한 대책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5월 비무장지내 내 트레킹 코스 평화누리길 개장식 및 걷기행사에서 참가자 들이 임진각역에서 장산전망대를 거쳐 화석정까지 걷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5월 비무장지내 내 트레킹 코스 평화누리길 개장식 및 걷기행사에서 참가자 들이 임진각역에서 장산전망대를 거쳐 화석정까지 걷고 있다. [중앙포토]

 

이달 27일 고성 지역부터 단계적 개방
11일부터 ‘디엠지기’ 통해 온라인 접수
북한에 통보 안해, 생태계 파괴 우려도
“1년 준비할 일을 3개월 만에” 지적도

행정안전부, 국방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등 5개 부처는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달 27일부터 DMZ와 연결된 3개 지역에 평화안보 체험길(‘DMZ 평화둘레길’)을 단계적으로 개방한다고 밝혔다.  
 
DMZ 평화둘레길 대상 지역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감시초소(GP) 철거, 유해 발굴 등 긴장 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고성(동부), 철원(중부), 파주(서부) 등 3개 지역, 총연장 42㎞이다.
 
고성 지역이 가장 먼저 개방된다. DMZ 밖의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도보 2.7㎞(A코스) 구간이다. 이와 별도로 차량으로 통일전망대~금강산전망대를 왕복하는 4.5㎞ 구간(B코스)도 운영한다.<그림>
 
철원 지역엔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남측 철책길을 따라 화살머리고지 GP까지 이동하는 코스(14㎞)가 만들어진다. 파주에서는 임진각에서 시작해 도라전망대를 경유, 철거된 파주GP를 왕복(20㎞)하는 구간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달 27일부터 고성에서 시범 운영하고, 파주·철원 지역도 조만간 개방할 예정이다. 탐방 희망자는 행안부 DMZ 통합정보시스템 ‘디엠지기’를 통해 이달 11일부터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시범 운영 후 상설 운영 시기를 결정한다. 구간별로 탐방객은 하루 200명(도보 40명, 차량 160명)으로 제한한다. 각 노선별에는 전문 해설사가 투입돼 자연·역사·문화 스토리를 소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DMZ와 인근 접경지역을 따라 한반도를 동서로 잇는 ‘탐방길 연결 사업’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방 지역에선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금강산 육로 관광 중단으로 고성지역은 경제적 손실이 컸다”며 “금강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탐방로라는 콘셉트로 탐방객을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 확보와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된다.
 
둘레길 조성은 북한에 통보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DMZ에서 계획한 것이라 북측에 통보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국민 안전이 걸린 문제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측에 통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탐방객들은 차량 등에 민수용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휴대해 우발 상황에 대비한다. 또 이동 중에는 무장 병력이 경호하고, 검침 장비를 통해 안전을 확보한다.  
 
유엔사령부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유엔사의) 사전 승인이 완료됐으며 최종 의사결정만 남겨둔 상태”라고 답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평화둘레길은 물리적인 ‘길 조성’에만 최소 1년 이상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할 사업”이라며 “생태적 영향이나 위험요소 제거 없이 불과 3개월 만에 추진돼 생태계 파괴와 난개발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내놨다. 출입구에서 에어샤워를 해 외래종 전파를 차단하고, 지상에서 50~60㎝ 띄어 울타리를 만들어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는다. 또 두루미 월동지역인 철원 일대는 체험 기간을 제한하거나 노선을 변경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휴대폰 촬영지역을 지정하고, 감시장비를 추가 투입해 군의 보안이나 작전 수행, 훈련에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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