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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나 몰라" "기억 안나"…과거 마약수사 책임자들 모르쇠?

중앙일보 2019.04.03 11:35
남양유업 창업자 외손녀인 황하나씨. [황하나씨 인스타그램 캡처]

남양유업 창업자 외손녀인 황하나씨. [황하나씨 인스타그램 캡처]

“황하나와 일면식도 없습니다.” “(사건이) 기억 안 납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가 과거 마약 범죄에 연루되고도 아무런 형사처분을 받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경찰과 검찰의 ‘봐주기’‘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수사 책임자들은 2∼3일 이렇게 답했다. 
 
황씨를 포함한 7명은 2015년 11월 앞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와의 연루 의혹으로 줄줄이 서울 종로경찰서에 입건됐다. A씨 구속 이후 수사에 속도가 붙는듯 했지만 2년 가까이 진척이 없었다. A씨만 황씨로부터 필로폰을 30만원에 구입, 투약한 혐의가 재판에서 인정돼 2016년 1월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A씨의 유죄 판결에도 황씨 등 7명은 2017년 6월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겨졌다. 황씨는 이미 2009년말 모처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은 바 있지만 형사처벌을 피했다. 

경찰마크 [중앙포토]

경찰마크 [중앙포토]

 
2년 가까이 진척 없던 황씨 수사 
황씨 입건부터 검찰 송치까지 종로경찰서장은 2번 바뀌었다. 황씨 입건 시점에 서장으로 재임했던 경찰 간부는 “황하나와는 일면식도 없고, (황씨 입건된 마약) 사건이 존재했는지 인식도 없다”며 “보통 담당형사가 어느 정도 사건이 확인되면 구두 또는 서면보고를 할지 결정했을 텐데 여하간에 황씨 사건은 알지 못했다. 나도 언론 보도 보고 알았다. 또 (서장 시절) 일체 이와 관련해서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간부는 “(경찰이) 상당히 오래 갖고 있었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대기업 창업주의 외손녀에 기소유예 전력까지 있는 인물이지만 중요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다.
 
후임으로 부임한 B총경도 비슷했다. 그는 “황씨 사건을 언론 보도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서장 재임 시절 종로경찰이) 사건을 갖고는 있었는데 나에게 보고된 것은 없다”며 “입건 이후 수사 중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른다. 황씨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가 유명 연예인과 과거에 교제했다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 사건이 검찰로 송치될 당시 종로서장을 맡았던 다른 총경도 “황씨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부서에서 보고했을 수도 있는데 내가 기억 못 한 걸 수도 있다”며 “당시 촛불 집회가 워낙 많아 거기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과장이었던 경찰 간부 역시  “사건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게 아닌지 싶다”고 밝혔다.
[사진 황하나 블로그]

[사진 황하나 블로그]

경찰, "황씨 남대문서장 만났다는 건 사실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씨 등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명확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내사는 경찰이 관련자를 피의자로 입건하기 전 내부적으로 조사하는 수사 이전 단계다. 경찰은 또 황씨가 "경찰 고위 간부를 알고 지낸다"는 주장을 주변에 해왔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황씨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도와준 경찰 인사가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황씨는 과거에 한 블로거와 명예훼손 공방을 벌일 때도 “남대문경찰서에서 제일 높은 사람을 만났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서장 집무실로 보이는 사진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우선 남대문서 부분에 대해 “확인결과, 그런 사실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원한 한 경찰관은 “착잡하다. 모든 의혹을 제대로 밝힌 것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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