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 민주당의 고민 '바이든의 손과 코'

중앙일보 2019.04.03 11:23
올 하반기부터 치열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는 미국 민주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성 어깨에 손 얹고 코를 머리에 가까이 대
과거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장면들 도마에 올라
지인들은 "바이든 특유의 친밀감 표시" 거들어
펠로시 의장, "타인과 충분한 거리 확보하라" 충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76)의 과거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당초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던 바이든의 출마 선언도 늦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이 나오면 '미투'에 민감한 젊은이들 표가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래 젊은 유권자 층은 민주당의 지지기반이다.
 
그러자 바이든과 민주당에서 30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민주당 내 서열 1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민주당 서열 1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민주당 서열 1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펠로시 의장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스트레이트 암(straight-arm·팔을 쭉 뻗는) 클럽'에 가입하라"고 꼬집었다. 여성과 신체접촉 논란을 피하려면 적어도 팔을 편 만큼의,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라는 뜻이다. 펠로시는 "난 스트레이트 암 클럽 회원이다. 마치 감기에 걸린 척 한다(감기를 옮길까봐 타인과의 접촉을 피한다는 뜻)"며 "바이든도 감기 든 것처럼 행동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펠로시는 "바이든은 아이와 어른,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이며 그런 식이다"라며 "하지만 이제 그런 식은 안 된다. 원한다면 나와 함께 스트레이트 암 클럽에 가입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난 이것이 바이든의 대선 출마를 실격시킬 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공화당의 공세에 방어막을 친 셈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 기세를 몰아 바이든의 출마 포기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소름끼치는 조(Creepy Joe)'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표적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바이든의 신체 접촉 영상 중간중간에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해당 영상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얼굴을 병렬 배치해 바이든을 '구악'으로 낙인찍는 광고물도 제작했다.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미국은) 소름 끼치는 늙은 남성의 나라가 아니다"며 "누군가 내 머리 냄새를 맡으려고 가까이 다가오면 냄새를 맡을 순 있겠지만 (내 주먹에 맞아) 이 몇 개는 잃게 될 것"이라고 바이든을 조준했다. 
 
사실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 폭로는 공화당과 밀접한 관계인 폭스뉴스가 처음으로 터뜨렸다. 2014년 네바다주 부지사 후보였던 루시 플로레스는 선거 유세를 위해 연단에 오르기 전 바이든이 자신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으며, 머리카락에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은 뒤 뒷머리에 키스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2015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카터 장관의 부인 스테파니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주물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를 스테파니 머리에 가까이 대고 귀엣말을 하는 듯한 제스처도 있었다. 
 
2015년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의 취임식 당시 카터 장관의 부인인 스테파니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코를 머리에 가까이 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2015년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의 취임식 당시 카터 장관의 부인인 스테파니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코를 머리에 가까이 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당사자인 스테파니는 "바이든은 누군가가 아주 중요한 날을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가까운 친구다. 난 항상 그것을 고마워할 것"이라며 감쌌지만 '과도한 스킨십'이란 비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민주당 소속 짐 하임스 하원의원의 보좌관이었던 43세 여성 에이미 래포스는 이날 CNN에 "2009년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열린 한 모금행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내 머리를 움켜잡고 내 목을 손으로 감싼 뒤 코로 비비려고 나를 끌어당겼다"며 "그가 끌어당겼을 때 나는 그가 내 입에 키스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바이든의 행위를 두고 '다정한 할아버지'인지, '소름 끼치는 아저씨'인지 세대별로 의견이 갈린다"며 "그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이런 인식차를 극복하는 게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