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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3명 숨진 천안 빌라 화재… 아버지가 가족과 극단적 선택

중앙일보 2019.04.03 10:27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월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은 신변을 비관한 아버지가 저지른 범행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7일 오전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가 진압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월 7일 오전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가 진압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 "방화로 부부와 딸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
부검 결과, 외상 없고 '화재로 인한 사망' 결론
경찰 "주변에 신변과 장애인 딸 걱정 자주 말해"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다세대주택에서 난 불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집주인 A씨(72)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로 입건한 뒤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2월 7일 오전 6시 37분쯤 천안 안서동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 A씨 부부와 딸(40) 등 일가족 3명이 숨지고 아들(36)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아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 장애인인 딸은 설을 쇠러 왔다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주변의 안타까움이 컸다.
 
경찰은 A씨가 신병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방화 직전 자신의 동생에게 ‘부탁한다’는 내용의 간단한 문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방화를 암시하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A씨 부부 등 숨진 3명에 대한 부검에서도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숨지기 전 외부 충격 등 타살혐의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화재 진압 후 소방당국이 확인한 시신에서는 외상이나 결박 등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2월 7일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월 7일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당시 화재는 26분만인 오전 7시3분쯤 진화됐지만, 불길이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불은 2층에 사는 주민이 “환기구에서 연기가 들어온다. 불이 난 것 같다”며 119에 신고를 하면서 알려졌다.
 
불이 현관이나 베란다 밖으로 번지지 않았는데도 집안 천장이 대부분 불에 타고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당시 집안에서는 인화성 물질인 휘발유를 담았던 페트병 7개가 발견됐다. 5개는 빈 통, 2개는 휘발유가 담긴 상태였다. 다세대주택 지하 1층 창고에서도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 3개가 발견됐다.
 
거실과 안방 바닥엔 휘발유가 뿌려진 자국대로 불이 튄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싱크대 배수구에서 불을 붙일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터도 수거했다.
 
경찰은 3층과 지하 1층이 다세대주택 내부 계단을 통해 오갈 수 있는 점에서 방화 직전 지하 창고에서 휘발유를 가져온 뒤 불을 붙인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휘발유는 지난해 여름 A씨가 집 근처 주유소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7일 오전 화재가 발생, 일가족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 신진호 기자

지난 2월 7일 오전 화재가 발생, 일가족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 신진호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인 사건 직후부터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연소지점(발화지점)이 2곳 이상 인데다 가연성 물질인 휘발유가 발견된 점, 급격하게 연소한 점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화재 현장에서는 발화지점이 한 곳이라고 한다.
 
출동한 소방대는 화재 진화과정에서 현관문이 안에서 이중으로 잠겨 있어 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외부 침입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던 이유다.
 
다세대 주택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화재 직전 주택 1층 출입문을 통해 외부로 오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가족의 이동도 영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월 7일 오전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월 7일 오전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다세대 주택 화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팀이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주변에 경제적인 문제와 장애인 딸의 장래를 걱정하는 말을 많이 했었다”며 “신변을 비관해 가족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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