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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 대통령 앞에서 울어야 알아주나···청년 문제 쩔쩔매는 여권

중앙일보 2019.04.03 06:00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서른다섯 청년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입니다. 엄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청년들이 수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은 단편적이다. 누구와 소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우리 사회 청년들의 막막함이 눈물 날 지경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청년 문제의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2030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게도 난제인 걸까요. 왜 청년 문제에 쩔쩔매고 있다는 지적을 여당은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청년의 눈으로 보겠다"했지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런 약속을 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청년 문제를 바라보겠다." 앞서 2월 26일 당 공식 회의에서는 청년미래기획단 설치 계획을 밝혔고요.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청년미래기획단이 뭘 하는지 알려진 게 없습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청년인 정치부 기자도 잘 모르는 민주당의 청년 정책을 일반인은 얼마나 알까요. 기대감이 있기나 한지 한번 물어봤습니다. 기자 주변의 20대 남녀 20명을 무작위로 뽑아 질문을 던졌습니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통계조사는 아닙니다. 청년미래기획단을 알고 있다는 사람이 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책 인지도보다 질문에 대한 반응이 20대의 생각과 현실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청년 타령=선거 다가온다는 얘기”
“청년 관련 기구가 하도 많아서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까지 뭘 보여준 게 있어야 기대를 할 거 아니냐”는 냉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청년 타령하는 거 보니 총선이 가까워졌구나 싶다. 지난번 총선 때 청년 비례에 20번대 줬던 거 아직 기억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청년미래기획단에 대해 알아볼까요. 민주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여 청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TF라고 합니다. 단장은 홍 원내대표가 직접 맡았고 박주민·김해영 최고위원, 이철희·김병관 의원, 장경태 청년위원장 등 당내 ‘젊은 피’가 투입됐습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 3명도 회의에 자주 참석한다고 합니다. 출범식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물밑에서 회의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이지도 않고 기대도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취업준비생 남모(27)씨는 그동안 여당과 청와대의 일자리 정책에 불만입니다. 남씨는 “일자리 정책에 힘쓴다고 했지만, 단기 일자리만 늘었을 뿐 정규직을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어 “지난 3년간 청년들에게 돌아온 실질적인 이득이 없기 때문에 청년 정책에도 딱히 기대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배유빈(26)씨도 “피부에 와 닿는 청년 정책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20대 달래려 미봉책 남발 
청년미래기획단은 출범 과정을 보면 더 한숨이 나옵니다. 이 기구를 띄운 계기가 당내에서 나온 ‘20대 비하 발언’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월 21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이남자)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앞서 당 수석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이 한 토론회에서 20대가 보수적인 이유에 대해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한 사실도 부각됐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홍 원내대표는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 그 이후엔 뭐가 달라졌을까요. 한 달 넘게 청년미래기획단은 성과가 없고, 결국 여론 잠재우기용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기획단 내부에선 “의제만 던지고 4월 중 해체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청년 정책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일자리 문제이기 때문에 (기획단 수준으로는)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에는 성별 갈등도 섞여 있다. 당도 정부도 손을 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20대 연령층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20대 연령층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급락하고 있습니다. 20대 남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87%(한국갤럽)에서 지난달 35%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같은 기간 20대 여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94%에서 60%로 떨어졌습니다.
 
계속 대통령 앞에서 울어야 하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청년 기구가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세대 간의 표 싸움에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오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치는 결국 표를 가져가는 싸움이다. 청년층의 투표율이 아무리 올랐다 하더라도 50~60대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투표율이 높은 50~60대 표를 의식한 정책들이 청년 정책보다 우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청년 기구가 생긴다는 건 각 부처에서 기성세대를 위해 짜왔던 기존의 틀에 청년 존중을 위한 부분이 추가로 얹혀진다는 의미”라며 “기득권을 안 뺏기려 할수록 청년의 목소리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처음의 엄창환씨로 돌아갑니다. 그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 눈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려던 눈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발의했지만,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 통과, 행정안전부에 청년부서 설치 등을 당부했습니다. 잊혔던 청년 정책 이슈가 대통령 앞에서 흘린 눈물로 겨우 재조명받는 게 우리 시대 청년들의 ‘웃픈’ 현실이 아닐까요.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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