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김은경 해외출장 때 靑 추천자 탈락 보고받은 정황

중앙일보 2019.04.03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3차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3차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해 7월 청와대가 낙점한 박모씨가 환경공단 임원 공모에서 탈락하자 환경부가 해외 출장 중인 김은경 당시 장관에게 청와대의 반발 기류와 후속조치 등을 보고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은 '국제물주간' 행사와 유엔지속가능발전 포럼 참석을 위해 해외(싱가포르·미국) 출장중이었다.  
 

김은경 "출장 중 보고받았는지 기억나지 않아"
법원 영장 기각문처럼 "낙하산, 관행적 측면"
檢, 靑추천자 낙마 뒤 환경부 좌천인사도 주목
'낙하산 인사' 담당했던 국·과장은 한직으로

환경부는 이후 박씨에게 두 산하기관의 임원 자리를 제안했고 박씨는 지난해 환경부 산하기관과 GS건설 등이 공동출자한 민간회사 대표로 임명됐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출장 중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박씨의 사례에 주목하는 것은 김 전 장관 시절 청와대와 환경부가 공모해 위법한 산하기관 인사를 단행한 대표적 경우로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 개입 혐의를 받는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맨 왼쪽)을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 개입 혐의를 받는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맨 왼쪽)을 곧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검찰은 박씨의 서류 탈락 뒤 면접 전형까지 마쳤던 환경공단 이사장과 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되고 재공모를 통해 다른 낙하산 인사들이 임명된 점, 이후 박씨가 다른 산하기관이 출자한 회사에 대표로 임명된 것 모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개입한 정황도 확인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한 상태다.  
 
檢 "최근 직권남용 판례 모두 검토 중"
검찰은 박씨가 서류 탈락을 한 이후 관련 인사 업무를 맡았던 환경부 공무원 황모 국장과 김모 과장이 좌천된 정황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환경부 공무원들로부터 "김 전 장관이 박씨의 탈락 등을 이유로 인사 업무를 맡고 있던 두 사람을 좌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12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시절 자신의 정책을 반대한다며 교육부 공무원들을 좌천했던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은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돼 징역 2년이 선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박범훈과 김기춘·우병우·안태근 등 최근 직권남용 판례는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2월 초와 지난 주말에 이어 2일 세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장관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관행이자 시스템의 문제"라며 사표 강요와 산하기관 채용비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이런 입장은 지난달 26일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밝힌 사유와 비슷하다.   
 
법원 기각사유, 답변 가이드라인 되나  
당시 박 부장판사는 "청와대와 부처 공무원들이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후보자를 내정하는 관행이 장시간 있어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법조계에선 이례적으로 길었던 장문의 기각 사유(462자)가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답변 가이드라인'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당시 법원이 '최순실 일파''오랜 관행' 등과 같이 정치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을 담아 밝힌 영장 기각 사유가 수사를 받은 이들의 답변 자료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영장 기각 뒤 검찰 조사를 받았던 산하기관 임원들도 채용 특혜를 제공받은 점에 "관행인 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다고 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