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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상산고 죽이려 하냐…” 자사고 재지정 논란에 화난 주민들

중앙일보 2019.04.03 00:25 종합 20면 지면보기
상산고 총동창회와 학부모 1000여 명이 지난 달 전북교육청 앞에서 ‘공정한 자사고 평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상산고 총동창회]

상산고 총동창회와 학부모 1000여 명이 지난 달 전북교육청 앞에서 ‘공정한 자사고 평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상산고 총동창회]

“여그(여기)가 전북 바닥서 제일로 번듯한 학교인디(데), 교육청이 키워주진 못할망정 (하향)평준화시키면 되냐.”
 

전북교육청, 평가 앞두고 기준 상향
존치 vs 폐지 … 갈등 전방위 확산세

지난달 21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상산고등학교. 주민 고모(68)씨가 이 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보며 말했다. 현수막에는 ‘전북의 자부심 상산고를 지켜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82) 상산학원 이사장이 1981년에 세운 학교다. 2002년 자립형사립고, 2011년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돼 현재 1129명의 학생이 다닌다.
 
이런 상산고가 개교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을 앞두고 전북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전국 자사고 42곳 가운데 11개 시·도 24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전북교육청만 재지정 기준점을 80점으로 올린 게 불씨가 됐다. 나머지 10개 시·도 교육청이 정한 70점보다 10점이 높다. 상산고는 “불공정하다”고 반발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일반고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점수”라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상산고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번듯한 명문고를 왜 죽이려 하느냐”고 입을 모았다. “상산고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다. 공인중개사 김모(52·여)씨는 “학부모들이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아파트를 많이 빌린다”며 “제주도·강원도 등에서 학부모들이 오면 일단 전주 한옥마을에 간다. 호텔에서 숙박하고, 음식점·커피숍 등에서도 돈을 많이 쓴다”고 했다.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산고를 둘러싼 갈등은 전방위로 번지는 모양새다. 상산고는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어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는 받되 기준점에 미달돼 일반고로 전환되면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로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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