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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쓸쓸한 환갑

중앙일보 2019.04.03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대 물리학과 윤세원 교수를 불렀다. 윤 교수는 ‘제1기 국가 원자력 국비 유학생’이었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산하 국제원자력학교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이 대통령이 말했다. “원자력 공부했다지? 정부가 힘껏 밀어줄 테니 연구소 지을 곳도 찾아봐.” 1957년의 일이었다. 2년 뒤 원자력연구소가 탄생했다. 소속 인력에는 특급 대우를 해줬다. 기술표준원의 전신인 중앙공업연구소는 소장이 2급이었으나 원자력연구소는 1급만 3명, 2급은 5명이었다.
 
그러고 60년이 흘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오는 9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 하지만 환갑잔치 분위기는 그다지 나지 않는다. 10년 전 50돌에 비해 행사 규모부터 확 줄었다. 50돌 때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참석했으나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참석조차 불투명하다. 포상은 40명에서 10명으로 4분의 1 토막 났다. 50주년 때 받았던 훈장·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하나도 없고 장관 표창만 10건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고, 요르단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수주했으며,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 사업을 따내는 등 괄목할 성과를 올렸는데도 포상은 쪼그라들었다. 연구원은 국제 학술대회도 고려했다가 국내 토론회만 열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유”에서다.
 
원자력계에서는 “50주년 때 성대하게 했으니까…”라며 애써 스스로를 달래기도 한다. 이런 자기 위안이 쓸쓸하게만 들리는 것은 왜일까. 미래 연구를 이어갈 젊은 인력이 속속 원자력을 등진다는 소식은 안쓰러움을 더한다. 지난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신입생은 벌써 20%가 자퇴했다. 에너지 자립·수출의 1등 공신인 원자력연구원은 그렇게 초라한 환갑을 맞고 있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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