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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가부의 오픈채팅방 단속, 위험한 과잉규제일 뿐

중앙일보 2019.04.03 00:06 종합 30면 지면보기
스마트폰의 ‘개방형 단체채팅방(오픈채팅방)’에 여성가족부가 칼을 빼들었다. 관할 경찰서 등과 협업해 두 달간 집중 단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오픈채팅방을 통한 불법 촬영물 유포와 2차 피해를 막자는 게 취지다. 오픈채팅방은 특정 주제별로 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개된 단체 채팅방이다. 신상이 공개되는 일반적인 ‘단톡방’과 달리 익명성이 보장되고, 청소년도 성인 인증 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최근 ‘버닝썬’ 사태로 단톡방 내 성범죄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이른바 ‘빨간방’이라 불리는 불법 채팅방이 불법 촬영물 유포의 주된 공간으로 지목된 데 따른 조치다. 여가부는 “온라인 채팅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으며, 기존에는 불법 성매매 조사에만 집중했으나 이번에 불법촬영물 공유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의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이는 개인의 사생활과 통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배가 될 수있다. 여가부는 “검열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별 차이가 없다. 인터넷에는 “사실상 카톡 감청” “테러방지법은 개인정보 침해라고 반대하더니 성범죄를 빌미로 개인 사찰을 하자는 것인가” 등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금 스마트폰에 무엇이 보관되어 있습니까. 솔직히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남부끄러운 대화도 있고, 친구와 나눈 험담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혼자만의 메모도 있고 업무상 중요한 기밀도 있습니다. … 새누리당의 국민감시법이 통과되면 누군가 저의 이런 사생활들을 속속들이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만들고자 하는 소위 테러방지법, 즉 국민감시법은 우리 사회에 다시 의심의 어두운 그림자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새누리당이 추진하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하며 했던 말이다.
 
이쯤 되면 이것도 일종의 ‘내로남불’,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정부는 지난 2월에도 불법 사이트 접속을 막겠다며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차단’이라는 강력한 통제정책을 시도하다 반발을 불렀다. 당시에도 일부 불법 콘텐트가 섞여 있다고 900여 개 웹사이트를 통째로 막는 일은 자유 국가에서 보기 힘든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성폭력과 성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클린 인터넷’을 표방하며 매체 단속부터 하고 나서는 규제 만능은 표현의 자유라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될 수 있다. 실효도 없고, 위험한 ‘통제국가’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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