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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의 국가 부채에 이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

중앙일보 2019.04.03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예산을 짠 지난해의 국가부채가 전년(2017년) 대비 127조원(8.2%) 급증한 1682조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다. 국가부채 전체 증가분 가운데 4분의 3인 94조1000억원(11.1%)이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부채(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다. 특히 공무원 수가 크게 늘면서 공무원에게 줘야 할 연금 충당부채가 78조6000억원 늘어난 게 컸다. 연금 충당부채 증가 폭 역시 2013년 집계 방식 개편 이후 최대다. 정부의 공무원 증원이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 증원에 연금 충당부채 94조 급증
개혁없는 재정 낭비는 미래세대에 큰 부담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은 애써 외면한 채 엉뚱하게 저금리 탓만 한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실질적 부담이 아니라 계산상 충당 부채 규모가 커졌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어불성설이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저금리 기조였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군색한 변명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통과시켰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덕분에 그해 연금충당부채는 16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시 셈법으로 향후 70년간 333조원을 절감할 수 있는 재정 개혁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 들어 아무런 개혁 없이 공무원 증원에만 박차를 가하면서 이 같은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 3만 명을 포함해 이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총 17만4000명을 증원하면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어렵게 줄여 놓은 공무원 연금 충당부채가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늘어난 공무원 수만큼 당장 지급해야 할 급여도 천문학적 규모지만 퇴직 후 이들이 평생 받아갈 연금 충당부채 규모가 두고두고 더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얘기다. 특히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 수가 늘어날수록 지금 청년 세대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가 더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퇴직 공무원이 일반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젊은 공무원들로부터 기여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구조(납세자연맹)’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은 초읽기에 들어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전년보다 9.7% 늘어난 470조원의 ‘초(超)수퍼 예산’을 편성한지 석 달 만에 다시 추경 편성을 논의하는 건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 정부 이전에는 20여 년 전 외환위기와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곤 봄철 추경 편성이 전무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지난해에도 3월 고용 통계가 나쁘게 나오자마자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 일자리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추경에 의존하는 등 정책 구멍을 재정으로 메우는 습관을 부끄럼 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오죽하면 지지율 반등을 위한 ‘선심성 돈 풀기’라거나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단체 초청 행사에서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구직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문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눈앞의 성과 올리기에 급급해 재정 확대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청년들 눈물을 닦아줄 근본적 해법을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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