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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학의 동영상’ 첩보 단계서 박영선에 CD 유출했나

중앙일보 2019.04.03 00:07 종합 3면 지면보기
민갑룡 경찰청장이 2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사 외압에 대해 ’2013년 당시 수사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2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사 외압에 대해 ’2013년 당시 수사 담당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2일 국회 정보위의 경찰청 비공개 업무보고에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과 버닝썬 사건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혜훈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브리핑에 따르면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2013년 수사 당시 외압이 있었느냐’는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외압에 휘둘리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실상 외압이 있었음을 은연중에 시사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민갑룡 “박영선, 황교안 만난 시기
수사 전 범죄 정보 수집하던 상황”
“당시 수사팀 힘들었다” 외압 시사
곽상도 “구체 사실 얘기하라” 반발

민 청장 “버닝썬 수사대상 경찰 6명”

민 청장은 또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팀이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여야 간사가 전했다. 다만 ‘외압이 없었다면 김 전 차관이 어떻게 무혐의가 날 수 있었느냐’는 질의에는 "외압 여부는 수사에서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수사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민 청장의 발언에 대해 "마치 무슨 외압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도록 말한 것”이라며 "경찰청장이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사실을 얘기해야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김학의 동영상 CD’의 유출 시점과 경로를 놓고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 측은 2013년 3월 13일 일정표를 공개하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만나 CD 내용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3월 13일 이전에 CD를 입수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민 청장은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는 2013년 3월 19일(저화질 버전)과 5월 2일(고화질 버전) 두 차례에 걸쳐 CD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팀이 입수하기도 전에 박 후보자 측이 김 전 차관 영상을 먼저 봤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당시(3월 13일)는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 단계였다. 범죄 정보는 1월부터 수집에 착수했다”며 첩보 수집 단계에서 당시 야당에 유출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곽상도 의원은 "3월 13일 김 전 차관으로 의심되는 영상이 있다는 보고를 민정비서관을 통해 받았다”며 "민 청장 설명은 그냥 서류에 적힌 대로 읽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당시 허위보고 여부를 두고도 회의실이 들끓었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검증 단계에서 경찰이 내사 중이란 말을 듣고 경찰에 물어봤지만 경찰은 ‘그런 것 없다’고만 했다”고 주장해 경찰 허위보고 논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민 청장은 "3월 18일에 내사에 착수했지만 그 이전부터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응천 당시 비서관에게) ‘내사중은 아니다’고 보고했지만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민 청장의 이런 설명에 야당 의원들이 "말장난하냐”고 몰아세워 결국 민 청장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한편 민갑룡 청장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 1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부실 수사 혐의로 1명을 입건하는 등 총 6명의 현직 경찰이 현재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고 보고했다.  
 
한영익·임성빈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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