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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 ‘유산 기부’ 세계적 추세…정착 위해선 인식 개선, 세제 혜택 병행해야

중앙일보 2019.04.03 00:06 종합 22면 지면보기
한국 NGO의 선구자 이일하 회장. [최승식 기자]

한국 NGO의 선구자 이일하 회장. [최승식 기자]

“17년 전엔 영국도 한국처럼 유산은 자식에게 상속한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10년간의 유산 기부 캠페인 후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한국 자선단체가 나아갈 길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장
신뢰 확보 위한 투명성이 핵심

지난달 28일 국내 대표 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만난 이일하(72) 이사장의 다른 직함은 한국자선단체협의회장이다. 굿네이버스·유니세프 등 50개 NPO가 연대해 공동 캠페인 및 내부 사업 심사 등을 해왔다.
 
이 이사장은 올해 유산 기부를 한국자선단체협의회의 역점 사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기부는 현재 사회적 분위기에 크게 좌지우지된다. 경기가 침체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매달 기부를 하려는 후원자가 줄어든다”며 유산 기부의 필요성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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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정부기구(NGO)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성남사회복지관장을 거쳐 한국선명회(현 월드비전)에 몸담았다가 1991년 굿네이버스를 창립했다. 그간 이 이사장은 선진국 비영리 기구의 사업 방식을 검토하며 이를 국내에 수혈해 조직화하는 데 앞장섰다. “한국의 기부 문화는 20여년 전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10년 전부터 주춤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 공로 사업(CSR)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다음 10년은 유산 기부로 동향이 바뀔 것이라 예상합니다.”
 
유산 기부는 미국·영국·호주 등에선 이미 자리를 잡았다. 영국에선 2011년 ‘레거시 10’ 캠페인이 출범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등이 유산의 10%를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미국 역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한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가 있다. 이 이사장은 “유산 기부는 상속세 감면 등 실질적 세제 혜택이 동반돼야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2012년부터 상속재산 10% 이상을 기부하면 나머지의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감면해주고 있다.
 
그는 “법 개정과 함께 필요한 건 자선단체 스스로 투명성을 지켜 후원자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어금니 아빠 기부금 오용 사건’ 등이 보도되면 그해 모금액은 크게 줄어든다. 이 이사장은 “기부 문화에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각 자선단체가 서로 심사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올해부터 자선단체운영지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원 단체에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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