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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으로만 되팔아라’…공정위 결정에 텅빈 인천명소

중앙일보 2019.04.03 00:05 경제 5면 지면보기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과 문을 닫아야 하는 인천점(아래 사진)은 지근거리에 있지만 현재 처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연합뉴스]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과 문을 닫아야 하는 인천점(아래 사진)은 지근거리에 있지만 현재 처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연합뉴스]

# 지난달 15일 오후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평일이지만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량 행렬로 인근 도로는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백화점 내 1층 화장품 행사장은 몰려드는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1월 4일 문을 연 이 매장엔 두 달 동안 200만명이 찾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인천종합터미널과 붙어있는 데다가 지하철역과도 연결된 장점 때문이다.
 

600m 거리 두 백화점 뒤바뀐 운명
롯데백화점 된 옛 신세계 인천점
새 주인 기다리는 롯데 인천점
1곳은 지역 ‘핫플’ … 1곳은 ‘골치’

이곳에서 만난 한지영(35·인천)씨는 “최신 브랜드가 속속 입점하면서 다른 백화점보다 볼거리가 많고 다양한 식음료 매장이 있어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롯데백화점 인천점. 철창으로 반쯤 닫힌 롯데백화점 인천점 정문에는 ‘롯데 시네마 인천 정상영업 중’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정상영업 중인 7층 롯데시네마 매표소엔 사람이 없었다.  ‘매표소가 아닌 매점에서 티켓을 판매한다’는 안내 문구가 직원을 대신했다.
 
근처에서 핫도그를 판매하는 최모(40)씨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젊은이에게 여전히 인기지만, 백화점 근처 작은 가게는 영업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12시 영업종료한 롯데백화점 인천점의 모습. [최연수기자]

14일 오후 12시 영업종료한 롯데백화점 인천점의 모습. [최연수기자]

◆과거=인천터미널점 개장은 유통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백화점업계 양대 산맥인 롯데와 신세계가 해당 부지와 건물을 두고 수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원래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자리였다. 신세계는 인천시와 계약을 통해 백화점 자리를 2017년까지 20년 임차하는 계약을 하고 1997년부터 영업을 했다. 핵심 상권에 자리 잡은 이 매장은 연 매출 6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신세계 효자 점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인천시가 2012년 9월 터미널 부지를 통째로 롯데에 9000억원에 팔면서 문제가 생겼다.
 
유통업계는 인천아시안게임 유치로 적자에 허덕이던 인천시가 롯데에 부지를 넘긴 것이라고 분석한다. 세입자인 신세계 입장에선 하루아침에 집주인이 인천시에서 최대 경쟁자, 롯데로 바뀌었다. 신세계는 법원에 부지 매매계약이 무효라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7년 11월 롯데의 손을 들어주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인천점은 2002년 8월 23일 문을 열었다. 인천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 있는 인천점은 이 지역 주민에게 만남의 광장으로 통했다. 근처에서 사주 카페를 하는 전모(63)씨는 “2년 전만 해도 인천 로데오거리는 서울의 명동과 같았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인천터미널점을 손에 넣으며 인천 로데오의 전성기도 끝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롯데가 신세계 인천점 인수로 이 지역에서 롯데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올랐다며 인천·부천 지역 2개 점포를 기존 백화점 용도로 매각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롯데는 2017년 신세계의 법적 분쟁이 마무리될 때까지 4년 넘게 인천점 매각에 손을 놓고 시간만 보냈다. 그러다 대법원 판결 이후 부랴부랴 매각에 나섰다. 인천점을 매각하지 못하면 롯데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다.
 
◆현재=인천터미널점은 개장 이후 1~2월 월평균 매출이 700억원 안팎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 매출 1조원 기록도 시간문제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전국 30개 롯데백화점 점포 가운데 인천터미널점은 개장하자 마자 단숨에 본점, 잠실점, 부산 본점에 이어 매출 4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1월 12일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복귀 후 처음 현장경영에 나선 곳도 인천터미널점이다. 당시 신 회장은 현장직원에게 “고객을 위한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최상의 쇼핑환경을 구현하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천터미널점 김선민 점장은 "3000억원을 투자해 리뉴얼이 완료되면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천점은 최근 10차례의 공개매각과 33차례에 걸친 개별업체 접촉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점의 감정평가액을 50% 수준까지 낮춰 2299억원에 시장에 나왔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지난 2월 28일부로 영업을 종료한 뒤 인천점은 텅 빈 상태다. 인천점 바로 앞에서 붕어빵을 파는 김모(67)씨는 "인천점에 백화점이 아니면 못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백화점보다 싼 물건을 들여오면 사람들이 찾아줄 것 같은데 나라에서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 인천점이 종료된 이후 김씨의 노점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인천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억원에 불과하다. 반값에 내놓아도 임자를 찾지 못한 핵심 이유다. 백화점 용도로만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어 당분간 팔릴 가능성도 희박하다. 인천점은 조용히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미래=도보 5분 거리의 두 백화점은 서로 다른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롯데는 인천터미널점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었지만, 인천점이 5월 19일까지 매매하지 않으면 하루 1억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롯데가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열쇠는 공정위가 쥐고 있다. 백화점으로 운영할 매수자가 나오면 최상이다. 문제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망가지는 상권과 애꿎은 사람들이 입는 피해다. 백화점에서 다른 시설로 용도 변경을 하면 매수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매각 자산을 백화점 이외 용도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할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곽재민·최연수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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