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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땅 파서 번 돈 애플의 2배

중앙일보 2019.04.03 00:05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기업은 어디일까.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미국 애플일까,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일까. 아니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나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일까. 이 가운데 어느 기업도 ‘땅 파서’ 장사하는 이 기업을 이기지는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작년 1110억 달러 이익, 세계 1위
빈 살만 왕세자 투자 노려 첫 공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아람코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아람코는 지난해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람코는 순이익 1110억 달러(약 126조원)를 올렸다. 지난해 애플·알파벳·아마존 세 기업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다. 지난해 애플 순이익은 593억 달러, 알파벳은 300억 달러, 아마존은 100억 달러였다. 삼성전자는 순이익 383억 달러로, 아람코·애플에 이어 글로벌 3위에 올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아람코의 법인세·이자 등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은 2240억 달러(약 254조원)였다. 이는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의 국방비 합계와 맞먹는 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2위인 애플 영업이익(815억 달러)의 3배 수준이다. 아람코 매출액은 3550억 달러였다.
 
아람코가 재무 실적을 공개한 것은 30여년 만이다. 아람코는 1970년대 후반 국영화된 이후 회계 장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우디 국가 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람코 재무 현황은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 회계 장부를 공개한 이유는 100억 달러 채권 발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아람코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가 보유한 석유화학업체 사빅의 지분 70%(691억 달러 상당)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주 투자자 모집 로드쇼에 앞서 발행된 470쪽 분량의 채권 투자설명서에 상세한 회계 내용이 담겼다.
 
경영 실적을 분석해 보면 아람코의 이익은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아람코 순이익은 759억 달러로 지난해(1110억 달러)의 3분의 2수준이었다. 2016년 순이익은 더 낮은 132억 달러였다. 그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45달러로 떨어지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에 들어갔다. 지난해 순이익이 2016년보다 9배로 뛰었는데, 이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80달러를 넘어서는 고공 행진한 것과 관련 있다고 WSJ이 전했다.
 
PIF는 아람코로부터 확보한 자금을 무함마드 빈 살만(33)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경제 개혁 아젠다를 실천하기 위한 ‘실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PIF는 이미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운영하는 비전펀드와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에 1000억 달러를 투자했거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광산업 등 비석유 산업을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람코를 증시에 상장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아 미래형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를 위해 2016년 아람코 기업공개(IPO)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며, 오는 2021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IPO를 통해 지분 5%를 시장에 팔아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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