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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 네팔 학생 “이젠 지진 걱정 없이 편히 공부할 수 있어 좋아요”

중앙일보 2019.04.03 00:05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달 10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울퉁불퉁한 산길을 따라 차로 4시간을 달려서야 바그마티주 신두팔초크(Sindhupalchok) 지구에 도착했다. 카트만두와 히말라야 사이에 있는 이 지역은 고도가 높고 길이 험하다. 산비탈을 깎아 논밭을 일군 땅과 반쯤 부서진 집에 벽돌을 쌓는 모습이 보였다. 그 사이를 푸른색 교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웃으며 지나다녔다. 재난의 상흔과 활력이 공존하는 이곳은 2015년 4월 25일 발생한 네팔대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이다. 규모 7.8의 강진은 산사태와 낙석으로 이어졌고, 이곳 주민 30만여 명 중 3570명이 목숨을 잃었다. 네팔대지진 총 사상자는 약 9000명, 사상자의 30%가량이 이 지역 주민이었다.  
네팔대지진 1년 후인 2016년의 신두팔초크 모습. [사진 월드비전]

네팔대지진 1년 후인 2016년의 신두팔초크 모습. [사진 월드비전]

신두팔초크 잘비레(Jalbire) 마을에 사는 15세 소녀 시타는 당시 지진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부족한 식수를 구하려 산에 올랐던 아버지는 낙석을 피하지 못했다. 집에 혼자 있던 시타는 집이 무너져 건물 잔해에 깔려 1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그는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처참해진 마을 광경에 우리 마을은 오지라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그 후 4년
최대 피해지 신두팔초크 가보니
학교 두 곳 신축 및 복구 종결
긴급 구호부터 식수보건 사업까지

실제 월드비전‧옥스팜 등 국제구호개발기구는 지진 발생 하루 만에 구호 활동을 시작했지만 신두팔초크로 가는 길은 낙석으로 막혀 접근이 어려웠다. 자원봉사자들은 마을까지 걸어서 구호품을 갖다 주거나 구호품이 오는 장소와 시간을 알렸다. 김동주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은 “우기로 폭우까지 내려, 지진 후에도 산사태가 자주 발생해 아프리카 등에 비해 구호 활동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카트만두 인근 모습. [AP통신]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카트만두 인근 모습. [AP통신]

보통 재난 발생 후 3~6개월은 초기 3~6개월은 구호 물자 배분 등 이재민 생존에 필요한 긴급 구호 활동에 집중한다. 이후 2~3년간 건물 수리, 재난 대피 시스템 구축 등 재건 복구 작업을 한다. 당시 네팔엔 한국 월드비전·세이브더칠드런 등 비정부기구(NGO)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기업의 후원이 잇따랐다. 
한국 월드비전은 재난 발생부터 지금까지 긴급 구호 사업에 100만 달러, 신두팔초크 교육 지원 및 식수 사업에 175만 달러, 총 275만 달러(약 30억원)를 투입했다. 당시 지진으로 이 지역 학교 90% 이상이 무너졌다. 식수 부족도 심각했다. 한국 월드비전은 네팔 정부와 협의해 신두팔초크 지구에서 두 번재로 학생 수가 많은 아난다 스쿨, 360여 명 학생이 다니던 칼리카데비 스쿨 두 곳의 건물을 새로 짓고 재난 대피 훈련 및 인신매매 방지 교육을 시행했다.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네팔 아난다 스쿨의 학생들. [김나현 기자]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네팔 아난다 스쿨의 학생들. [김나현 기자]

지난달 12일 아난다 스쿨의 완공식이 열렸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학생 700여명이 다니는 이 학교는 그 동안 양철판과 대나무로 지은 캄캄한 임시 교실에서 수업했다. 이달부터 수업을 시작할 새 학교 건물은 교실이 넓고 채광이 잘 돼 밝았다. 건물은 가벼운 소재의 특수 기포 콘크리트를 써 지진이 나 건물이 무너져도 잔해에 다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네팔대지진 재건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 지어진 아난다 스쿨 건물. [사진 월드비전]

네팔대지진 재건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 지어진 아난다 스쿨 건물. [사진 월드비전]

이 학교에서 만난 루나 슈레스타(Luna Shrestha‧15)는 “양철판으로 지은 임시 교실은 비가 내릴 때 빗소리가 시끄러워 수업 듣기 어려웠는데 이젠 편히 공부할 수 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돼 마을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교장 라지쿠마 둔가나(Rajkumar Dhungana‧35)는 “휴교 당시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이 '언제 학교가 다시 열리느냐’고 물을 때 마음이 아팠다”며 “새로 지은 학교에 기술‧과학‧간호 등 새로운 교육 과정을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팔 지진 구호 사업 4년 여만에 완공된 아난다 스쿨을 지역 주민에게 넘겨 주는 이양식. [사진 월드비전]

네팔 지진 구호 사업 4년 여만에 완공된 아난다 스쿨을 지역 주민에게 넘겨 주는 이양식. [사진 월드비전]

시의원, 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석한 이 날 행사에서 한국 월드비전 국제구호팀 서희종 간사는 “월드비전이 학교 건설을 도왔지만 중요한 건 이 지역 주민이 학교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 시간과 많은 자원이 필요한 재난 복구에 힘을 쏟는 건 재난이 다시 발생했을 때 피해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더 나아가 그들 역시 다른 나라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주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매두 타파(Madhu Thapa·64) 아난다 스쿨 학교운영위원회장은 "안전하고 튼튼한 학교를 새로 지어줘 주민과 학생 모두 고마워하고 있다"며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네팔 신두팔초크=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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