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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간 보살핀 자폐증 아들 살해한 60대 母 ‘집행유예’

중앙일보 2019.04.02 22:54
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지법 제공=연합뉴스]

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지법 제공=연합뉴스]

 
 
자폐 판정을 받은 아들을 40여년간 돌봐오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살해한 60대 모친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일 수원지법 형사15부(송승용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의 아들 B(41)씨는 3세 때 자폐 판정을 받았다. 기초적 수준의 의사소통만 가능한 B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에서 폭력성향이 심해졌고, 20세가 될 무렵에는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B씨의 난폭한 성향은 치료되지 않았고,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권유받거나 입원 연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 때문에 20여년간 정신병원 10여 곳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27일 병원에서 아들 B씨가 계속 소란을 피우자 A씨는 간호사에게 진정제 투약을 요청해 B씨를 잠재웠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B씨 상태에 낙담한 A씨는 다시 입원을 받아줄 병원이 없으리란 불안감과 자신의 기력이 쇠해 더는 간호가 불가능하리란 절망감 등에 사로잡혔다. A씨는 이튿날 새벽 병실에서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법원은 심리 끝에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거의 40년 동안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양육하면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부모의 의무를 다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 자식을 살해했다는 기억과 그에 대한 죄책감이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형벌이라 볼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판결 이유로 이번 사건의 책임이 오롯이 피고인에게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각종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사건 기록상 (국가나 지자체의) 충분한 보호나 지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사정이 피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을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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