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경남 창원기계공업단지를 시찰하고 있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2/8bf37a58-ea4c-45d3-97d7-af37634a6b1c.jpg)
1970년대 경남 창원기계공업단지를 시찰하고 있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 [중앙포토]
이런 창원 성산구에서 3일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른다. 서울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은 4·3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정당별 득실과 유력 정치인들의 영향력 변화에 쏠려 있다. 하지만 창원경제의 장기 침체 때문에 벚꽃이 활짝 피어도 웃지 못하는 105만 시민들의 시선은 선거 결과보다 2012년 이후 계속되는 경제위기의 탈출구가 과연 있느냐에 쏠려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 창원국가산업단지(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 2월 창원산단을 '스마트 산단 선도 프로젝트' 대상지로 선정하자 상당한 희망을 걸고 있다. 천성봉 경남도청 산업혁신국장은 "경남도가 중앙정부에 제안해 성사된 스마트 산단에는 2022년까지 1조2213억원이 투입된다"며 "기존 산업단지를 ICT 융합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산단으로 구조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조선산업 등 기존 일자리부터 지키라"며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앓고 있는 '한국병'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창원은 과연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넘고 '미래 산업의 벚꽃'을 다시 피울 수 있을까.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선거 한방으론 해결 어려운 40년 호황 중독 '창원의 한국병'
박정희의 창원, 고속성장 한계
수출·내수·고용 '다중 쓰나미'
정부는 뒤늦게 "스마트 전환"
"노조는 기득권 챙기기 급급"
"산업구조 적극 전환해야 희망"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 유세장 부근에 보수 진영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장세정 기자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손석형 후보.
이곳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40대 식당 여주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재료비·임대료가 많이 오르고 매출이 30%가 줄어 직원 2명을 내보낸 뒤 낮에는 부부가 가게 일을 한다. 열심히 일해도 남는 게 없어 삶이 허무하다"고 말했다. 남편이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40대 주부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남편의 특근이 20% 정도 적어 월수입이 50만원 줄었다.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의 대표적 유흥가인 상남동 일대는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들의 한숨이 넘쳐난다. 장세정 기자
조선·자동차 산업이 쇠락하면서 창원은 '한국판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되고 있다. 2010년 7월 1일 마산·창원·진해가 합쳐진 통합 창원시는 인구 108만명으로 몸집은 커졌다. 하지만 2012년부터 지역경제가 무너지면서 매년 5000여명이 창원을 떠나 현재는 인구가 105만명으로 줄었다. 창원시에 따르면 창원의 수출액은 2016년 182억 달러에서 지난해 161억 달러로 감소했고 노동자 수는 같은 기간 12만 3518명에서 12만 1414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창원 실업률은 4.0%로 전국 평균(3.5%)보다 높았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 성산구를 고용-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신산업을 유치해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창원시 진해구는 STX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4월과 5월에 각각 고용 위기 지역과 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됐다. 경남 조선해양기자재 협동조합 김영복 전무는 "창원의 조선 관련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 춥고 배고픈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창원산단이 자리한 창원시 성산구의 사정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 진해구의 '고용·산업 위기지역' 지정 연장을 신청했고, 창원 성산구를 고용·산업 위기지역으로 신규 지정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허 시장은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분들에게 신산업(항공부품·방산·수소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창원 두산중공업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고가 장비를 놀린다"며 한 숨을 쉬었다.
두산중공업에 납품해온 우수협력업체 S사를 직접 찾아가 봤다. 정부가 발표한 원전 건설 로드맵을 믿고 유럽에서 억대의 원전 측정기를 도입하고 원전 검사장비를 어렵사리 국산화했지만, 지금은 놀리고 있다. 이 업체 임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 4호기 건설에 제동이 걸리면서 매출과 가동률이 각각 80%나 떨어졌다"며 "전력 생산을 통해 산업화에 기여해왔는데 매도당하고 있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론화에 부쳐서 신한울 3, 4호기라도 건설해야 기업들이 구조 전환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호소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노동계는 강성 투쟁 기조로 가는 분위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정기대의원 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조선산업 정책을 빅3에서 빅1으로 바꿔 경남에 거대한 고용불안의 싱크홀 만들고 있다.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일자리 지키기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두산중공업 지회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 앞에서 상경 투쟁을 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벚꽃이 피어도 웃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창원 노동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한철수 창원 상공회의소 회장은 창원 경제를 살리려면 노조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창원에서도 노동운동이 가장 격렬했던 통일중공업 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지금은 합리주의자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는 와중에 기업인도 게을렀고 노동계도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못 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원청 기업 노동자들도 임금을 낮추는 노력을 해야 기업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창원에서 만난 경남도청 공무원들은 "창원국가산단을 스마트 산단으로 전환하려면 도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등이 김경수 지사 석방을 외치고 있다. 장세정 기자

40년이 넘은 창원산단은 구조개혁이 시급한 '고목나무'다. 스마트 산단을 유치한 창원은 '4차 산업혁명의 벚꽃'을 다시 피울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노사의 양보와 타협이 절실하다. 장세정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장세정의 사사건건
※이정원 인턴기자가 기사 관련 영상 편집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