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황교안 체제와 김세연의 길

중앙일보 2019.04.02 00:20 종합 27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김세연은 36살에 국회의원이 됐다. 2008년 한나라당(부산 금정구)에 공천 신청을 했다 당시 친이명박계였던 박승환 변호사에 밀려 탈락한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64.8%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금정에서 5선을 했던 아버지 김진재 전 의원(2005년 작고)의 후광이 컸다. 지역 기업인 동일고무벨트 대표였던 아버지는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김세연은 요즘 말로 금수저였다. 그때 그런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국당 우경화 흐름 속
47세 3선의 중도 확장론
제대로 된 변화 만들어낼까

2010년 초 부산 광안리에서 그와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그는 지나칠 만큼 예의 발랐고 매사에 조심스러웠다. 속내를 쉽게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일찍 배지를 달아 오히려 더 신경을 쓰는 듯했다. 반주로 나온 소주엔 거의 입을 대지 않았다. 그는 “의정활동도 보람있지만 직접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행정가가 되고 싶다”는 취지로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뭔가를 딱 부러지게 말하진 않았으나 부산시장을 하고 싶다는 것으로 읽혔다.
 
부산시장에 도전할 기회가 없진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론조사에선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나서지 못했다. 당시 출마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기에 40대 초반의 나이는 걸림돌이 됐다. 다음 기회가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서병수가 시장으로 당선됐고 다시 재선에 도전하면서 시장 출마와는 거리가 생겼다. 그러다 ‘박근혜 탄핵’을 겪었고 탈당 → 바른정당 창당 →한국당 복당이란 부침을 경험한다.
 
그는 요즘 시장의 꿈은 접어뒀다. 보수 정권 시절인 광안리 저녁때와 지금 상황이 너무 달라져서다. 보수는 탄핵을 겪고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설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당은 최근 우파색이 너무 짙다. 그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은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가 있는 한국당을 개혁해 중도를 확장하는 게 최대 관심”이라고 말했다.
 
서소문 포럼 4/2

서소문 포럼 4/2

최근에 본 그는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반듯하지만 말투와 행동에서 3선의 관록이 묻어난다. 소신도 분명해졌다. 실제 최근 “한국당은 꼰대정당 이미지가 너무 짙게 덧칠돼 있다” “극단주의가 기지개를 켜는 것은 당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보수정당 내에서 줄곧 개혁적 성향의 길을 걸어왔다. 개혁 성향의 ‘민본21’,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등에서 활동했다. 국회 선진화법 입법을 주도했고 불체포 특권 폐지 법안, 18세 투표권 부여 법안도 발의했다.
 
당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겠다는 그가 최근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이 됐다. 당의 비전과 정책을 만드는 원장은 내년 총선 공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운터파트인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이 맡는다.
 
그가 황교안 체제에서 개혁 보수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까. 황교안은 우파색 짙은 당 지도부의 색깔을 보완할 카드로 김세연을 선택했다. 하지만 김세연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얼마 전 둘 사이 충돌이 있었다. 연구원 부원장 임명을 놓고서였다. 김세연이 태극기부대와 우파색 짙은 인사를 대놓고 비판한 조대원을 부원장에 추천했지만 당 최고위가 이를 보류한 사건이다. 황 대표 측에 대한 김세연의 각 세우기였다. 이 일은 4·3 재보선 때문에 아직 결론을 못 내고 있다.
 
김세연이 중도 확장을 꾀한다면 앞으로도 황교안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 같다. 두 사람의 색깔이 다른 데다 황교안 주변도 강성 우파가 많은 게 현실이어서다. 당이 이대로 혹은 더 우경화돼선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희망이 없어 보인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선 5·18 망언 등으로 우파색의 정점을 보여줬다.
 
요즘도 한국당은 강성 보수가 대세다. 그만큼 개혁 보수의 토양은 척박하다. 인물도 없다. 남경필이 정계를 은퇴했고 원희룡·오세훈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시점에서 김세연의 전투력이 궁금하다. 그를 두고 ‘평판은 좋지만 역량은 글쎄’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3선이라지만 지명도가 높지 않고 세상이 다 알만한 뭔가를 보여준 게 없는 것도 현실이다. 대충 하다간 ‘역시 금수저였구나’란 소리밖에 더 듣겠나. 47살의 3선 의원. 젊음과 경험이 있는 만큼 무엇을 못하겠나 싶은 맘으로 나서보길 바란다.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