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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윤지오 제대로 보호 못한 경찰, 거주지역도 먼저 노출

중앙일보 2019.04.02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윤지오. [연합뉴스]

윤지오. [연합뉴스]

“동작경찰서장은 3월 31일 0시 15분경 윤지오씨를 찾아가 1시간 넘는 면담을 통해 신변보호 미흡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지난달 14일 “동작서가 보호” 언급
경찰, 31일 윤씨 다른 곳으로 옮겨
미국선 신원세탁 … 증인 보호 철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동작경찰서가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다. 이 자료는 그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로 나선 배우 윤지오씨가 ‘안녕하세요. 증인 윤지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로 다음 날 배포됐다.
 
윤씨는 청원 글을 통해 “벽 쪽에서 기계음이 지속해서 관찰됐고 환풍구 또한 끈이 날카롭게 끊어져 있었다”며 “신변위협을 느껴 경찰이 준 위치추적장치를 눌렀지만 출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윤씨는 “비상호출 버튼을 누른지 현재 9시간47분 경과했고 출동은커녕 아무런 연락 조차도 없다”며 “경찰 측의 설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이 청원 글은 27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 글이 올라간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동작서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달 14일부터 윤씨에게 임시숙소를 제공하고 신변보호를 실시해 오고 있는데, 지난달 30일 오전 5시 55분쯤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출동하지 못했던 업무 소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동작서장이 새벽에 직접 윤씨를 찾아갔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새벽 윤씨의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도 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윤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신변보호 특별팀’이 경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관들이 24시간 밀착 경호하는 신변보호 특별팀은 가장 높은 수준의 경호 조치다. 원 청장은 이어 “신변경호는 여경 5명이 밀착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되어선 안 된다. 사실 경찰은 윤씨의 거주지역을 노출한 적도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동작경찰서에서 전문경찰관이 윤씨 신변보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신변보호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글을 올려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한 바로 다음 날 일어난 일이다. “관할 경찰서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혀도 될 것을 동작경찰서라고 공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행안위 회의에서 동작서를 언급한 것은 맞지만 이후엔 더 이상 노출을 하지 않기위해 노력했다”라고 해명했다.
 
증인 보호 역사가 40년이 넘는 미국은 거주 이전 및 신원 세탁, 생계비, 고용지원까지 지원해 철저하게 증인을 보호한다. 독일도 임시 위장 신원까지 제공한다. 선진국만큼 철저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경찰은 진정으로 증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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