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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9 군사합의 북한 입맛대로…비행 금지엔 속전속결, 유해 발굴엔 시큰둥

중앙일보 2019.04.01 16:09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가 사실상 북한 입맛대로 이행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북한은 DMZ(비무장지대) 주변 비행금지와 같은 경계 태세 완화 조치엔 즉각 환영 의사를 내보이더니 남북 공동유해발굴 등 교류 사업에는 침묵해 합의를 위반했다.  
 

북한, 공동유해발굴, 한강하구 자유항행 불참
비행금지구역 설정, GP 철수 태도와 딴 판

국방부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의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측 단독의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북한이 남측 문의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고육책으로 나온 조치다. 군 관계자는 “유해발굴단 100여명이 투입돼 추가 지뢰제거와 굴토 등 기초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북한이 호응할 경우를 대비한 사전 준비 차원의 활동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너머로 북한군이 도로연결작업을 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지난해 11월 22일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너머로 북한군이 도로연결작업을 하고 있다.[국방부 제공]

이번 유해 발굴에서 북한의 불참은 9·19 군사분야 합의의 첫 번째 위반 사례다. 당시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 공동유해발굴에 대해 “2019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기간동안 진행한다”고 시기를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남북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 지역에서 지뢰제거 작업과 전술도로 개척 작업을 마쳤지만 북한은 이후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나설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상부에 보고할 테니 기다려달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4월부터 실시하려던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도 북한의 무응답으로 진행이 어려워졌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서 “선박들의 통행시간은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7시부터 19시까지, 10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8시부터 18시로 한다”고 약속했다. 이 조항에는 구체적인 연도가 명시되진 않았지만 군 당국은 당연히 올해 4월 1일로 보고 자유항행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30일 남측이 제작한 한강하구 해도를 전달하기 위해 남북이 접촉한 이후 북한의 응답이 끊겼다.
 
남북 공동 한강하구 수로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5일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하구에서 윤창희 공동조사단장과 북측조사단이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공동 한강하구 수로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5일 강화 교동도 북단 한강하구에서 윤창희 공동조사단장과 북측조사단이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측이 합의한 군사공동위 가동과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군사 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등도 진전이 없다.
 
지난 2월 13일 강원도 고성 GP에서 관측된 북한군 GP 철수 자리.[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월 13일 강원도 고성 GP에서 관측된 북한군 GP 철수 자리.[사진공동취재단]

반면 앞서 진행됐던 군사적 철수 조치는 속속 완료됐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해 11월 1일부터 상호 적대행위 중단 조치가 발효돼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MDL) 위아래에 군용기 비행금지구역이 만들어졌고 일대 해안에선 함포와 포구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MDL 5㎞ 이내 지역에서의 포사격과 연대급 기동훈련을 중지했고, 비행금지도 현재 유지되고 있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DMZ 내 남북 각각 11개 감시초소(GP) 철수에는 호응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북한이 한국군 및 미군 전력에 대한 통제가 포함된 조치에는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남북 병사들이 지척에서 접촉하는 유해발굴 등 교류 사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선별적 합의 이행’으로 일관하고 지적이 나온다. 군사적으로 실질적 이득을 보는 분야를 우선 이행한 뒤 북한군 병사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 있는 군사 교류 사업엔 '노 쇼'로 나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이 대미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방부는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과 관련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군사 합의 이후 지난 6개월간 비교적 큰 조치들이 잘 이뤄졌고, 북·미 회담 결렬 등 현재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예비역 장성은 “명백한 합의 위반을 눈감고 넘어간다는 건 북한에 군사분야 합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는 =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DMZ의 비무장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 양측의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담았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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