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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 핵무기 다 넘기라 요구했다”

중앙일보 2019.04.01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NSC 상대측과 만나 정상회의와 어젠다 세팅을 위해 왔다“고 방미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NSC 상대측과 만나 정상회의와 어젠다 세팅을 위해 왔다“고 방미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트럼프식 비핵화’의 개념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내민 비핵화 청구서는 예상보다 정교하고 치밀했다. 비핵화 로드맵은 물론 비핵화 대상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됐다. 영변 핵시설만 답안지로 가져간 북한으로선 애초에 수용하기 어려웠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간극이 워낙 커 이를 좁히는 과정이 쉽지 않고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 하노이 빅딜 문서 공개
“트럼프, 비핵화 정확히 알고 요구”
볼턴이 주장해 온 리비아 모델
“북, 영변으론 어림없다 알았을 것”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건넨 문서에는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으로 넘기라(transfer)”는 요구가 담겨 있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영문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핵무기·핵연료 외에도 “북한 핵시설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를 북한에 요구했다.
 
문서는 또 이와 관련해 네 가지를 별도로 제시했는데 ①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사찰단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② 모든 (핵)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지 ③ 모든 핵 인프라 제거 ④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미국을 찾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정부가 파악한 내용과 이 보도가 일치하는지를 기자들이 묻자 “(미국 측에서) 하노이 결과 브리핑을 받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놓고 “미국은 북한에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요구한 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북한에 명확하게 정의내려서 요구한 게 사실상 처음으로,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무기·핵물질을 미국으로 넘기란 부분은 미국이 직접 제거하겠다는 의미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과거 주장했던 ‘리비아 모델’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현존 핵무기와 핵물질의 해체와 미국 인수는 물론이고, 미래 핵 개발 능력의 완전한 제거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비핵화가 된다. 핵과학자·기술자를 민간 분야로 돌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이 전면에 내걸었다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면에서 내렸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가깝다.
 
하지만 북한은 CVID나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여 왔다. 로이터도 “이 문서를 본 김 위원장은 아마도 모욕적이고 도발적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비핵화 개념과 이행을 놓고 북한과 미국의 간극이 커 단기간 내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개념을 정확히 알게 됐다는 게 중요해졌다”며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하나로 대북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했는데, 영변으론 어림없다는 걸 깨닫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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