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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슬쩍 복귀 민망했나···"우리가 철수한다 했습네까"

중앙일보 2019.03.31 15:52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2층에는 남측 사무실이, 3층에는 회담장이, 4층에는 북측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2층에는 남측 사무실이, 3층에는 회담장이, 4층에는 북측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연합뉴스]

“인차(곧) 내려옵네다.”
 
지난 주말 전격 철수했다가 사흘 만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복귀한 북한 직원들이 ‘북한 연락사무소장은 언제 복귀하느냐’는 우리 측 직원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고 김창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이 31일 전했다.  
 
북한은 지난 22일 ‘상부의 지시’라며 연락사무소에서 모든 인원이 철수했다가 사흘만인 25일 슬그머니 일부가 복귀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소장과 소장 대리 2명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근무 인원을 모두 철수했다.[뉴스1]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근무 인원을 모두 철수했다.[뉴스1]

김 사무처장도 25일 오전 개성 연락사무소로 향할 때만해도 북한의 복귀를 예상하지 못했다. 북측 복귀는 지난 주말 연락사무소에서 비상근무했던 우리 측 직원이 25일 오전 7시쯤 가장 처음 인지했고, 김 사무처장도 오전 8시쯤 사무소에 출근해 복귀를 알게됐다.  
김 사무처장은 남북연락사무소가 지난해 9월 개소한 후 주중(월~금)엔 개성공단내 연락사무소에 상주하고, 주말(토·일)에는 서울로 내려오는 ‘주중-주말 출퇴근’을 하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25일 복귀 당일 점심시간에 연락사무소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북한 직원들과 마주쳤다”며 “나를 보더니 겸연쩍게 웃더라”고 전했다. 김 사무처장이 “반갑습니다. 시련을 겪었으니 열심히 잘 합시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북한 직원들도 웃으면서 “그럽시다. 열심히 일 합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전에도 우리 측에서 ‘철수하고 이른 시일에 복귀했다’라는 취지로 묻자 북측에서 “우리가 그렇게(철수한다고) 말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른 복귀에 북측에서도 민망해했다는 후문이다. 복귀 후 지난 일주일 간 연락사무소 분위기도 평상시와 다름없다고 한다. 북측 소장과 소장 대리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사무소 북한 직원들은 “인차 내려온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가 북측이 22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내부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통일부가 북측이 22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내부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연락사무소 철수·복귀 배경을 두곤 ‘미국’ 변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미 재무부의 대북 제재 발표 후 6시간 만에 연락사무소 철수가 이뤄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트윗 이후 곧바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북측 소장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조 장관, 이 위원장, 남측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9월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북측 소장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조 장관, 이 위원장, 남측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 [사진공동취재단]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상황이 여의치않자 연락사무소를 시험해본 것 같다”며 “연락사무소 철수 반향이 컸고, 결과적으로 북·미가 연락사무소를 놓고 신호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를 통해 미국과 일종의 신경전을 벌인 북한은 트럼프의 긴장 완화 제스처에 화답해 사흘 만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25일 4~5명의 인원을 복귀시킨 뒤 29일엔 8~9명이 출근해 평상시 근무인원을 유지 중이다. 정부는 김 사무처장의 카운터파트인 소장 대리 2명도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오는 4월5일은 ‘청명’으로 북한 휴일이어서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남북 연락소장 정례회의는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월 1일 이후 9주째 불발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휴일로 소장회의가 열리지 못할 뿐 매일 남북 간 연락대표 접촉을 통해 정상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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