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이것만 뜨면 중국발 미세먼지 손바닥 안에 있다

중앙일보 2019.03.31 09:42
내년 발사 예정인 환경위성 젬스의 관측 영역.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내년 발사 예정인 환경위성 젬스의 관측 영역.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지난 7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일주일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국내외 오염물질이 쌓인 탓이었는데, 중국 오염물질도 한몫했다.
 

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⑫중국발 미세먼지 증거 없다?
2월 26일 중국 고농도 미세먼지
27일부터 한반도 유입 사진 찍혀
환경위성 뜨면 실시간 감시 가능
“중국발 미세먼지 국내 영향 확인”

중국 측에서는 책임을 부인했다. 지난 6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당 147㎍(1㎍=100만분의 1g)을 넘었지만 최근 이틀간 베이징에는 미세먼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중국발 오염물질이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7일까지 NASA의 테라/아쿠아(Terra/Aqua) 위성이 촬영한 사진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촬영한 한반도 주변 미세먼지 오염 사진. 왼쪽부터 2월 26일·28일, 3월 5일에 촬영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사진을 보면 한반도 상공은 중국과 달리 맑은 편이었지만 28일부터 중국 오염물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3월 5일에는 서해와 한반도 대부분이 스모그로 뒤덮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최악의 미세먼지는 6일까지 한반도를 덮었고, 7일에야 걷혔다. [사진 기상청 홈페이지]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촬영한 한반도 주변 미세먼지 오염 사진. 왼쪽부터 2월 26일·28일, 3월 5일에 촬영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사진을 보면 한반도 상공은 중국과 달리 맑은 편이었지만 28일부터 중국 오염물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3월 5일에는 서해와 한반도 대부분이 스모그로 뒤덮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최악의 미세먼지는 6일까지 한반도를 덮었고, 7일에야 걷혔다. [사진 기상청 홈페이지]

테라/아쿠아 위성 사진을 보면 지난달 26일에는 한반도 상공에 별다른 미세먼지 없이 깨끗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7일이었고, 이후 지난 6일까지도 한반도 상공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했다. 미세먼지는 7일에야 걷혔다.
 
테라/아쿠아 위성은 NASA 지구관측시스템(Earth Observing System, EOS)의 핵심 장비로 지구 주변 궤도를 돌면서 강수량이나 증발량 등을 조사한다. 테라 위성은 1999년에, 아쿠아 위성은 2002년에 발사됐다.
 
하지만, 테라/아쿠아 위성은 지구를 돌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만 같은 지점을 관측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동아시아의 미세먼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해 개발한 게 환경위성 ‘젬스(GEMS)’다.
 
환경위성이란 한국·미국·유럽연합(EU)이 대기오염물질의 감시를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총 3대의 정지궤도 위성을 말한다.  
 
3대의 위성이 지상에서 약 3만 6000㎞ 떨어진 우주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지구 전역을 감시한다.
 
이중 국내에서 개발 중인 환경위성 젬스(GEMS)는 한반도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대기오염물질 이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한 시간 단위로 미세먼지의 분포와 이동, 배출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젬스는 올해 10월에서 내년 3월 사이에 발사될 예정이다.
 
김상균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장은 “지상과 항공기 위주로 미세먼지 관측을 했었는데 여기에 위성을 더하면 한 단계 진일보한 관측을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모델링을 통해서 미세먼지의 국외발 기여율을 분석했지만, 환경위성이 뜨면 국외발 미세먼지의 좀 더 정확한 증거 자료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반박 못 할 증거 제시
해양위성(GOCI)으로 관측한 지난 4일 미세먼지 농도 분포. 서해안에서 한반도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게 확인된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해양위성(GOCI)으로 관측한 지난 4일 미세먼지 농도 분포. 서해안에서 한반도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게 확인된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지금도 한국의 천리안 위성을 통해 얻은 영상을 보면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게 확인된다. 
 
천리안 위성 해양관측 탑재체(Geostationary Ocean Color Imager, GOCI)에서 관측한 영상에서도 지난 4일 오전 중국 베이징과 그 북쪽에서부터 붉은색으로 표시된 짙은 미세먼지 띠가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서쪽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남동쪽은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중국 측은 이를 중국발 미세먼지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 기상전문가는 “중국 측에서는 이 같은 인공위성 영상을 놓고도 ‘인공위성 사진은 지표면부터 높은 고도까지 두꺼운 공기층을 우주에서 촬영한 것이어서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못 된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표면 가까운 공기층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그대로 한반도 상공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간다는 게 중국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환경위성이 뜨면 이런 중국 측의 주장까지도 반박할 수 있게 된다.
 
김 센터장은 “환경위성이 대기 상층까지의 먼지 두께를 측정하면 이를 토대로 지표면의 미세먼지 농도를 산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월경성 대기오염물질이 실제 우리의 건강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위성은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을 감시할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오존 전층, 대류권 오존, 포름알데하이드, 에어러졸 광학깊이,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환경위성은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을 감시할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오존 전층, 대류권 오존, 포름알데하이드, 에어러졸 광학깊이,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환경위성은 또,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2차 생성을 통해 미세먼지를 발생하는 원인 물질의 이동 상황까지도 감시할 수 있다.
 
실제로 이달 초에서도 중국 등 국외로부터 유입된 질산염의 영향으로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종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고체화된 미세먼지뿐 아니라 가스도 2차 생성을 통해서 미세먼지가 되기 때문에 기체상 물질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며 “환경위성은 대기오염물질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센서가 장착돼 기존 위성과 달리 기체상 대기오염물질까지도 관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환경위성 발사와 함께 NASA와 공동으로 제2차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를 추진하고 있다. 제2차 KORUS-AQ는 환경위성이 발사된 뒤 2021년쯤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NASA, 홈페이지에 중국발 오염 증거 제시 
NASA 홈페이지 캡처.

NASA 홈페이지 캡처.

한편, NASA는 과거에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 등 동아시아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NASA는 2014년 2월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중국발 오염물질의 이동을 설명했다. 2014년 2월 20일 사진에서는 오염물질이 중국 북부 평원에만 한정돼 있었지만, 25일 사진에서는 한반도는 물론 동해와 일본까지 퍼졌다고 지적했다.  
 

2014년 2월 20일 NASA가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오염물질이 대부분 중국에 머물러 있다.

2014년 2월 20일 NASA가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오염물질이 대부분 중국에 머물러 있다.

2014년 2월 25일 촬영한 사진. 오염물질이 한반도를 지나 동해까지 뒤덮고 있다.

2014년 2월 25일 촬영한 사진. 오염물질이 한반도를 지나 동해까지 뒤덮고 있다.

중국 기상청이 황색경보를 발령했던 2014년 2월 24~25일 당시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444㎍/㎥까지 치솟았고, 시정거리는 2㎞도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서울은 2014년 2월 21일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35㎍/㎥ 수준으로 ‘보통’이었는데, 22일에야 51㎍/㎥, 23일에는 58㎍/㎥로 치솟았다. 24일에는 84㎍/㎥, 25일에는 86㎍/㎥로 ‘매우 나쁨’으로 악화했다. 중국에서 스모그가 심각해진 이틀 뒤 중국발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고 나서 치솟은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