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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은 휴대전화에 김 전 차관을 '학의 형'으로 저장했다

중앙선데이 2019.03.30 00:22 629호 4면 지면보기
지난 23일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한밤 출국을 시도하려다 무산된 김학의 전 차관.[중앙포토]

지난 23일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한밤 출국을 시도하려다 무산된 김학의 전 차관.[중앙포토]

대검찰청은 29일 검사 13명으로 구성된 수사단 구성을 발표했다. 공식 명칭은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 일선 검찰청 특수부 2~3개 정도를 합친 규모다. 수사단장은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맡았다. 대검 중수부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낸 검찰 내 ‘특수통’으로 꼽힌다.
 

특수통 여환섭 지검장 등 검사 13명
뇌물수수, 특수강간 의혹 등 수사
윤중천 휴대전화에 ‘학의 형’ 저장
김 전 차관 “모른다” 말해 추궁 안해

수사단은 우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들여다본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별장 성범죄 동영상’에서 나타난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특수강간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2013, 2014년 두 차례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무일 검찰총장은 퇴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1, 2차에 걸쳐 수사를 했으나 의혹을 다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과거 검찰 수사에 대해 미흡했다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김 전 차관과 윤씨는 당시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윤씨의 휴대전화에는 김 전 차관을 ‘학의 형’이라고 저장해 놓았다. 김 전 차관은 윤씨와 주로 차명폰을 이용해 통화한 사실도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씨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거짓일 가능성이 큰데도 검찰은 추궁하지 않았다.
 
윤씨의 마약 관련 혐의도 검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은 윤씨의 자동차에서 마약을 찾아냈다. 경찰은 윤씨가 별장에서 고위 인사들을 접대하는 과정에서 마약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서 윤씨에게 마약을 소개·알선·전달한 세 명의 혐의자에게서 자백을 받아냈다. 전달 장소 등에 대한 물증 확보를 위해 통신 기지국 수사를 포함한 위치추적도 이뤄졌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검찰에서 “경찰의 회유와 협박 때문에 허위자백한 것”이라며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의 주장도 검찰에서는 배척됐다. 경찰은 이들의 주장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 있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대가를 바라고 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별장 동영상은 성범죄의 단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와 관련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동영상은 성범죄의 직접 증거라기보다는 ‘윤씨도, 별장도 모른다’는 김 전 차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며 “경찰 수사 당시에는 선명했던 진술과 증거 등이 검찰에만 가면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뒤집혔다”고 말했다.
 
고성표·박태인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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