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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혁신·창의성의 궁극”

중앙선데이 2019.03.30 00:21 629호 22면 지면보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
월터 아이작슨 지음
신봉아 옮김
아르테
 
멋쟁이처럼 빼입고 다니던 50대 중반의 이름난 화가가 오래된 병원에서 밤마다 환자들과 대화하고 시신을 해부했다. 백 살에 이르도록 잔병치레조차 없던 노인의 시신도 포함해서였다. 그리고도 스무 구를 더 들여다봤다.
 
이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너무 열심히 보려 하면 오히려 안 보이는, 보려고 다가가면 흐려지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다듬던 무렵도 그는 병원 영안실에서 시체의 피부를 벗겨내고 그 안의 근육과 신경을 살폈다.
 
세계적인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그려낸 레오나르도다. 벤저민 프랭클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전기가 한 개인의 비범함을 강조하는 형식”이라며 한동안 멀리할 듯했었다. 그러나 잡스 이래 6년 만에 다시 전기를 썼다. 바로 스티브 잡스의 영웅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는 “다양한 분야-예술·과학·인문학·기술-의 접점을 찾는 능력이 혁신·창의성·천재성의 열쇠다. 그 궁극을 보여주는 인물이 레오나르도”란 취지로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치열한 관찰의 결과였다. 대표작인 드로잉 ‘비트루비우스 인간’. [사진 아르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치열한 관찰의 결과였다. 대표작인 드로잉 ‘비트루비우스 인간’. [사진 아르테]

모나리자와 해부, 안면 근육과 신경을 한데 버무린 이유다. 실제 아이작슨은 르네상스적 천재로서 레오나르도를 철저히 살핀다. 다빈치가 남긴 7200페이지에 달하는 ‘기록과 낙서’를 통해서다. 의학·해부학·생물학·물리학·지질학·군사공학을 넘나든다. 그러곤 레오나르도 천재성의 요체에 대해 이렇게 주장한다. 자연의 통일성에 대한 직관 덕분에 다양한 분야 간 연관성을 포착했고 광적이라 할 만큼 잡다한 호기심과 무섭도록 극성맞은 날카로운 관찰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가 평생 물의 소용돌이, 회오리바람,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곱슬머리에 매혹됐고 그게 심장 안 혈류의 소용돌이 현상에 대한 이해로도 이어져 대동맥판막이 닫히는 원리를 발견했다는 식이다. 이는 450년 지난 현대에 들어서야 사실로 확인됐다.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는 당시 알려진 모든 주제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자 했던 역사상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치열한 관찰의 결과였다. 대표작인 유화 ‘모나리자’. [사진 아르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은 치열한 관찰의 결과였다. 대표작인 유화 ‘모나리자’. [사진 아르테]

아이작슨은 그러나 레오나르도가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이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레오나르도가 21세기 초의 학생이었다면 감정 기복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 처방을 받았으리라”, “사생아·동성애자·채식주의자·왼손잡이였고 쉽게 산만해졌으며 때때로 이단적이었다”고 했다. 상당수의 프로젝트를 미완성 상태로 남겨두곤 했던 레오나르도 스스로 노트에 이런 문장을 남겼다는 얘기도 전했다. “말해봐. 말해봐. 내가 한 가지라도 한 일이 있는지… 무엇이라도 만들어진 것이 있는지 말해봐.”
 
아이작슨은 줄곧 이렇게 속삭인다. “레오나르도의 천재성은 초능력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에 가까웠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사물을 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치열하게 관찰함으로써 그와 같은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의 말이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잠시나마 레오나르도를 의식하며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하늘을 쳐다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720쪽의 분량이지만 술술 익힌다. 풍부한 회화와 드로잉이 곁들여져 있어 포괄적 입문서론 나무랄 데 없다. 15세기 르네상스를 낳은 피렌체, 23살 차이 나는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의 관계, 그리고 르네상스의 가장 매혹적인 인물들이었던 냉혹한 체사레 보르자, 냉철한 마키아벨리, 그리고 레오나르도가 작은 요새 도시 안에 있었던 얘기를 만날 수 있다. 마침 5월 2일이면 레오나르도 500주기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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