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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앵~” 드론볼 10개 불꽃 혈전…SF 보듯 짜릿한 드론축구

중앙선데이 2019.03.30 00:02 629호 2면 지면보기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드론축구 경기장에서 전주시 드론축구선수단이 동호인들과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골잡이 드론이 튜브 모양의 골문을 통과하면 골이 된다. [오종찬 객원기자]

지난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드론축구 경기장에서 전주시 드론축구선수단이 동호인들과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골잡이 드론이 튜브 모양의 골문을 통과하면 골이 된다. [오종찬 객원기자]

“왜애애앵∼” “애애애앵∼”
 

종주국
2017년 첫선, 200개팀에 국제대회도
실내서 단체로 … 드론게임 새 장 열어

경기 규칙
3m 높이 60㎝ 골문 통과하면 골
추락 땐 실격, 무승부 땐 페널티킥

선수 구성
팀당 골잡이 1, 길잡이 2, 길막이 2명
3분 3세트, 골잡이만 골 넣을수 있어

드론볼
드론 감싸는 외피 소재가 성패 좌우
가볍고 깨지지 않고 비행성 좋아야

요란한 모터 소음이 귓전을 때린다. 지름 40cm짜리 드론볼 10개가 만들어내는 소리다. 이들은 놀라운 속도로 상하좌우로 날아다니며 격렬하게 부딪치고, 팽팽한 몸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본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아예 드론볼이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작은 리본을 단 드론(골잡이)이 도넛 모양 상대 골문(지름 60cm)을 통과해 득점을 올리는 순간, 함성과 탄성이 터진다.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드론축구 전용구장에서 시연되는 드론축구(Drone Soccer) 장면이다. 화려한 조명, 신나는 음악과 함께 빨강·파랑 LED 불빛을 뿜어내는 드론들의 기싸움은 마치 SF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퀴디치(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하는 경기)를 연상시킨다.
 
 
전주 캠틱기술원, 드론볼·규칙 개발
 
드론과 축구를 창의적으로 묶어낸 드론축구는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다. 전북 전주에 있는 캠틱종합기술원(원장 양균의)에서 장비를 개발하고 규칙도 만들었다. 2017년 첫 대회가 열렸다. 확산 속도가 드론 이동 속도만큼 빠르다. 전국에 200여 개 팀이 있고, 육군참모총장배·공군참모총장배·국토부장관배 등 대회가 열린다. 일본·중국 등이 참가하는 국제대회도 있다.
 
드론축구의 실질적 산파 역할을 한 이범수 캠틱 드론팀장은 “드론 본체 시장은 이미 중국이 점령했다. 드론 밑에 어떤 의무장비를 다느냐에 따라 드론의 이름과 기능이 설정된다. 용도 자체가 콘텐트다. 우리는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드론 관련 게임이나 스포츠는 장애물을 피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는 ‘드론끼리 부닥치는 쪽으로 가 보자’고 역발상을 했다. 또한 드론은 위험하고, 야외의 넓은 공간이 필요하며, 조작자 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우리는 그 틀을 깨기 위해 드론을 안전하게 감싸고, 실내에서 여러 명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드론볼의 성패는 드론을 감싸는 셀(외피)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다. 금형·가공·열처리·주조 분야에서 석·박사 포함 전문인력 1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캠틱이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노상흡 캠틱 본부장은 “소재 자체는 비밀이다. 살짝만 알려준다면 카본(탄소)은 결합 부분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합성수지인데 다양한 재료를 어떻게 블렌딩하느냐가 핵심이다. 너무 딱딱하면 잘 깨지고, 너무 무르면 충돌 시 내부 프로펠러까지 밀려 들어가기 때문에 이 비율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가벼우면서도 잘 깨지지 않고 비행성도 좋아야 한다는 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다음은 경기 룰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이 팀장은 “처음엔 선수 5명씩에 볼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드론들이 몰리다 보니 프로펠러 바람의 영향으로 볼이 자꾸 추락했다. 결국 선수 자신이 공이 되는 쪽으로 틀을 바꿨다. 아무 드론이나 골문을 통과하면 골로 인정했다가 골잡이 드론 하나만 득점할 수 있게 룰을 바꿨다. 그러자 비로소 전술이 생기고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축구에서 따온 오프사이드·페널티킥 같은 룰도 있다. 골잡이 드론이 득점을 하면 팀 전원이 하프라인으로 물러났다가 다시 공격해야 한다. 이때 상대 진영에 우리 드론이 하나라도 있으면 오프사이드 상태고, 골을 넣어도 인정받지 못한다. 페널티킥은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거나 경기 중 심한 반칙이 발생했을 때 적용한다. 1대1 대결로 5초 안에 골을 넣어야 한다.
 
 
2025년 드론축구 월드컵 개최 계획
 
경기는 3분 3세트로 진행된다. 매 세트 득점이 많은 팀이 이긴다. 드론에 장착된 배터리는 3∼4분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워낙 빠르고 격렬하게 경기가 진행돼 3분도 안 돼 배터리 방전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추락한 선수는 그 세트에 뛸 수 없다. 골잡이가 추락하면 점수를 얻지 못하니까 시작하자마자 골잡이를 향해 돌진하는 작전도 있다. 한 팀은 골잡이,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는 길잡이, 상대 공격 루트를 막는 길막이로 구성된다. 이영훈 전주시 드론축구선수단 코치는 “5개 드론이 자신의 위치를 적절하게 지키고, 약속된 플레이를 해내야 이길 수 있다. 아무리 드론 조종술이 뛰어나도 훈련으로 팀워크를 다지지 않으면 강팀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드론을 조종하는 선수들은 중·고·대학생이 많지만 요즘 들어 군인·경찰·직장인, 심지어 주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혼자 드론을 갖고 놀면 개인 취미가 되지만 드론축구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팀이나 동호회가 된다.
 
드론볼은 한 세트(조종기 포함)에 50만∼60만원 정도 나간다. 유소년용 드론볼(지름 20cm)은 10만원대다. 캠틱은 지난해 드론볼만 6000세트 넘게 팔았다고 한다. 지난해 대한드론축구협회를 조직한 캠틱은 20쪽에 달하는 드론축구 규칙을 만든 뒤 영·중·일어판으로도 번역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 오토박스가 드론볼을 대량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 창발된 드론축구”라는 내용으로 TV 광고도 내보낸다고 한다.
 
노상흡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대한드론축구협회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사단법인 등록했다. 스포츠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1년 이상 문을 두드렸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문체부 사람들이 체육단체 등록 얘기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5년에 드론축구 월드컵을 전주에서 열겠다는 목표를 세운 전주시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드론축구상설체험장을 만들었다. 체험장 안에 대한드론축구협회 사무국, 드론축구 공식 경기장, 드론 시뮬레이션 연습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드론축구 경기와 체험, 심판교육 등이 이뤄진다. 상설체험관에서 만난 이정엽(전일고 1)군은 “드론축구는 드론끼리 충돌하는 짜릿함과 묘미가 있어요. 드론축구 국가대표라는 목표가 생겼으니 더 열심히 할 겁니다”고 말했다.
 
한국이 종주국인 드론축구의 세계화에 중요한 분기점이 나타났다. 202개국이 가입된 국제항공연맹(FAI) 총회가 4월 5∼6일 스위스 로잔 FAI 본부에서 열린다. 이 회의에 사상 처음으로 ‘드론 볼 경기(Drone Ball Competetion) 규정 제정’이 의제에 올랐다. ‘항공스포츠계 IOC’라 불리는 FAI는 배타적인 민간단체다. 모든 안건은 회원 단체만 올릴 수 있다.
 
 
국제항공연맹, 시범종목 채택 예정
 
문제는 이 드론볼 규정을 올린 곳이 한국이 아니라 독일이라는 거다. 이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드론볼을 공인구로 인정받기 위해 선수를 쳤다. 반면 대한드론축구협회는 FAI에 직접 문건을 올릴 수 없다. 한국에서 FAI에 가입된 회원사는 대한민국항공회다. 그 아래 한국모형항공협회가 드론 관련 전권을 갖고 있다. 대한드론축구협회는 한국모형항공협회와 힘을 합쳐 FAI의 관련 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항수 한국모형항공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총회에서는 드론볼을 이용한 경기를 FAI 시범종목에 넣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경기 명칭과 구체적인 룰, 공인구 등은 1∼2년 시범경기 등을 치른 뒤에 확정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개척한 드론축구라는 명칭과 드론볼, 규칙 등이 세계 표준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드론축구 관계자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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