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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설거지 하는걸까" 가끔 아내는 억울합니다

중앙일보 2019.03.29 13:00 종합 20면 지면보기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5)
결혼 후 부부에게 자동으로 추가되는 일은 집안 살림이다. 부부의 생활방식이나 생각의 차이에 따라 살림을 나눠 하는 정도는 달라질 터인데 부부 사이의 실랑이는 여기서 시작된다. [중앙포토]

결혼 후 부부에게 자동으로 추가되는 일은 집안 살림이다. 부부의 생활방식이나 생각의 차이에 따라 살림을 나눠 하는 정도는 달라질 터인데 부부 사이의 실랑이는 여기서 시작된다. [중앙포토]

 
결혼 후 부부에게 자동으로 추가되는 일은 집안 살림입니다.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해야 할 청소나 빨래, 요리나 설거지는 절로 따라오는 공동 책임의 일이 됩니다. 부부의 생활방식이나 생각의 차이에 따라 살림을 나눠 하는 정도는 달라질 터인데, 결혼 후 부부 사이의 실랑이는 사소해 보이는 살림을 나누는 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죠.
 
가사노동은 몸을 쓰는 육체노동임과 동시에 이로 인해 벌어지는 실랑이가 잦아지면 마음도 힘들어지는 정신노동, 감정 노동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집안일 가운데에서도 각자의 성향에 따라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도 있을 테고, 유독 하기 싫어 피하고 싶은 일도 있을 겁니다.
 
제 경우는 세탁 후 빨래를 널고 마른빨래를 개는 일이 다른 일보다 상당히 수고롭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일 년 전 건조기 구매 후 그간 빨래의 스트레스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죠. 부부 사이의 스트레스 지수를 줄여준 상당히 합리적인 소비라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부부가 공유하는지가 부부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현대 가족 협의회(CCF, Council of Contemporary Families)를 통해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인간관계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가정용품의 쇼핑, 세탁, 청소 등 다양한 가사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거지의 책임을 부부가 공유하는 것이 다른 작업에 비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설거지를 주로 혼자 하는 여성의 경우 설거지를 분담하거나 공유하는 여성에 비해 상대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불화가 많다고 말한 경우가 많았고 다른 어떤 가사보다 설거지라는 작업을 공유함으로써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현대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인간관계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설거지의 책임을 부부가 공유하는 것이 다른 작업에 비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미국의 현대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인간관계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설거지의 책임을 부부가 공유하는 것이 다른 작업에 비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이러한 내용을 발표한 댄 칼슨(Dan Carlson) 유타 대학 사회학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싱크대에는 오래되어 상한 음식물이 있고, 이것을 설거지하는 것은 기분 나쁜 것입니다. 특히 유아가 있는 집에서는 어린이용 컵에서 응결된 우유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또한 요리, 원예와 달리 설거지는 좋은 점이 별로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사 중에서도 가장 인기 없는 설거지라는 작업이, 여성과 관련되기 쉽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여성은 청소, 세탁, 설거지 등 집안일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으며, 남성은 잔디, 쓰레기, 세차 등 생활 오물 등과 관련이 없는 작업과 연결된 경향이 있죠. 그런데 오늘날, 생활 오염물을 처리하는 일을 맡은 여성은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기사를 읽게 되면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가나요? 그럴 수도 있겠다 혹은 별스럽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겠죠?
 
혹시 우리 집에서는 설거지를 주로 누가 담당하고 있나요? 담당이라는 말 역시 특정한 누군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도 특히 설거지 후 음식 찌꺼기가 모이는 거름망이나 배수구를 청소할 때면 상황에 따라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때때로 이 지저분한 일은 왜 나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다툼이 잦았다면 집안일을 할 때 나누는 부부간 대화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 남편과 대화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예민할 때면 남편이 “내가 도와줄까?”하고 물을 때 서운함을 느낍니다. 집안일은 누가 누구를 도와주는 일이 아닌 서로가 당연히 할 일인데, 같이 사는 집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책임이 마치 나만의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다툼이 잦았다면 집안일을 할 때 나누는 부부간 대화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부가 팀으로 함께 일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다툼이 잦았다면 집안일을 할 때 나누는 부부간 대화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부가 팀으로 함께 일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이런 경우에는 부부가 팀으로 함께 일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합니다. ‘같이 하자’ 혹은 ‘오늘은 내가 할게’ 같은 표현은 어떤가요? 이렇게 말하면 “내가 해줄게”로 표현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해줄게’라는 말 역시 원래는 너의 일이지만 내가 도와준다는 표현과 다르지 않죠. 생각이 바뀌면 말도 바뀔 수 있습니다.
 
집안일을 하는 과정에서 말이나 행동으로 생기는 서운함이 있을 겁니다. 서운함이 깊어지지 않게 담아두지 않고 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당신의 이러이러한 특정한 말 혹은 행동이 나를 힘들게 하니 이제는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명확히 제시해 주세요. 눌러두고 쌓아둔 말은 자동폐기되지 않습니다. 쌓아둔 설거지처럼 어느 순간 썩고 냄새가 납니다.
 
그럴 경우 단순한 일의 분담이 아닌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이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집안일로 대화를 나눈다면서 너는 온종일 집에 있으면서 뭐했느냐, 네가 돈만 많이 벌어다 주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느냐 등의 대화로 번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죠.
 
이와 더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일상이지만 나 대신 무언가를 하는 상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은 굳이 하는 일이 아닌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밥만 먹을 줄 알았지 손에 물 묻힐 생각은 평생 안 한다는 투의 비난 섞인 실랑이가 비단 시간과 힘을 더 쓴 것에 대한 억울함에서만 생기진 않습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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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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