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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쇼크' 한진칼 비켜갔지만...KCGI 공세 치열했던 주총

중앙일보 2019.03.29 12:17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주주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대표가 주주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주주의 위임장 확인 및 입력 관계로 주총이 약 20여분 정도 지연될 예정입니다."
 
시작부터 치열한 표 대결을 짐작하게 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주주총회 시작 직전 2대 주주 KCGI 측의 주주 위임장이 대량으로 도착하면서다. 29일 오전 한진칼 주총은 예정된 시간보다 40여분 늦어진 오전 9시 40분 시작됐다. 그러나 KCGI의 도전은 여기서 멈췄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자 조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KCGI는 석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며 한진칼 주총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을 예고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한진칼 지분 12.68%를 보유하고 있다.
 
주총 시작 직후 첫 번째 안건부터 주총장엔 불꽃이 튀었다. 의장이 재무제표 승인 건에 관해 설명하자 KCGI 측이 의문을 제기했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지난해 말 4%대 금리의 대출로 차입금이 증가했고 1000억원 정도가 1%대 예금에 들어간 이유가 궁금하다”며 “이사진의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성한 한진칼 재무담당 전무는 “작년 12월 차입금 증가 건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작년 하반기 미국 금리가 오르고 올해 차입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2~3월 초 1150억원 가량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도래해 선제적 자금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관계자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관련해 석태수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관계자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관련해 석태수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칼에 대한 KCGI의 반대 견해는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가장 큰 관심을 끈 석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자 KCGI 측 신 부대표가 손을 들었다. 신 부대표는 “석 대표이사는 2016년 한진칼 사내이사로 있을 당시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상표권을 700억원에 인수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표결에 들어간 석 대표이사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5.46%, 반대 34.54%로 가결됐다. 석 대표는 “부족한 능력이지만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더욱 투명하고 책임경영을 통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도 관심 대상이었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안을 제안했다. 조 회장은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 자격 박탈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주총에서 찬·반 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갈라선 안건이었다. 국민연금 주주제안의 투표 결과 찬성 48.66%, 반대 49.29%로 집계돼 부결됐다. 반대표가 더 많았지만 정관변경 안건은 특별결의 사안이다. 반수 이상 동의를 얻으면 가결되는 일반가결 안건과 달리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석 대표이사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으로 조 회장과 측근에 의한 한진칼 경영권 지배는 유예됐다.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아들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대한항공 주주들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을 부결시켰다.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대한항공 주주들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을 부결시켰다. [연합뉴스]

이틀 전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박 장관은 2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3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은 지분대로 11%만큼 주주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사회 전반적인 기류가 그렇게 흘렀다고 생각하고, 국민연금이 (연임 부결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부결에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박 장관은 내년 3월 조 회장과 조원태 한진칼 사내이사 만료 시점에 주주권 행사 기준에 대해선 “개별 기업에 관한 결정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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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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