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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민간 위원 자격 논란 뒤에야 ‘직무윤리 규정’ 도입

중앙일보 2019.03.29 11:21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참석한 박능후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가운데는 김성주 군민연금공단 이사장. 2019.3.29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참석한 박능후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가운데는 김성주 군민연금공단 이사장. 2019.3.29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연금이 기금운용과 관련된 민간 전문위원에게 ‘직무윤리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일부 전문위원들의 자격 논란이 벌어진 뒤에야 규정을 만든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9일 2019년 3차 회의를 열고 ‘기금운용 관련 위원회 위원 공적 책임강화방안’을 의결했다.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 의사결정이 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지도록 기금운용위원회 운영도 개선하는 등 기금운용 관련 논의과정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방안은 기금위 산하 3개 전문위원회(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성과평가보상) 위원이 비밀유지 의무 등 직무윤리를 위반할 경우 해촉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현재는 기금운용위원회ㆍ실무평가위원회 위원에게만 해촉 규정이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전문위원회 위원까지 확대 적용된다. 기금위를 포함한 관련 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기 전에 이해상충 여부 및 직무윤리를 사전에 진단하고 서약서를 받도록 해 위원들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직무윤리 사전진단서를 보면 구체적으로 ‘위원회의 심의 ㆍ 의결 대상사업 관련지역에 부동산 또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위원회 기능과 직접 관련된 공사 ㆍ 용역 ㆍ 계약 또는 연구 ㆍ 논문 등을 진행중이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위원회 기능 관련 정보나 심의 ㆍ 의결 결과가 본인의 권리 ㆍ 의무 관계 변동, 재산상의 이익 등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등의 질문이 담겨있다. 앞으로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의 위원이 되려면  이 사전진단서에서 걸리는 부분이 없어야만 한다. 만약 추후에 저촉되는 부분이 생기면 위원회에서 잘린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러한 조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조양호 회장 퇴진으로 이어진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일부 민간 위원의 자격 논란이 벌어졌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할지 반대할지, 주주권 행사의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조직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 위원회의 김경률ㆍ이상훈 위원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위원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고, 이 위원은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이다.
 
대한항공은 “참여연대는 대한항공 주식을 2주 보유한 주주로, 이달 8일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할 목적으로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대리를 권유하는 공시를 했다”며 “공시된 위임장 및 참고 서류상 대리인 3인 중 1인으로 김 위원이 지정돼 있다”며 “이 위원 역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실행 위원직을 맡고 있으며, 주식 1주를 취득해 이달 7일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한다는 공시를 내며 본인을 대리인으로 올렸다”고 지적했다. 또 최준선 위원(성균관대 교수)는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계열인 한국항공대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항공우주정책ㆍ법학회 회장을 7년째 맡고 있다는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이 학회에는 대한항공 임원, 인하대 교수 여럿이 학회 임원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아무리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져도 이런 논란에 휩싸이면 불신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절차부터 가다듬어야 했지만 칼부터 휘두른 뒤에 뒤늦게 규정을 뜯어고친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2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지적됐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하나하나 상당한 논쟁 요소가 내재돼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협의해 향후 파생될 수 있는 갈등 과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 의원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한 행동도 실제 회사의 명운과 관련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칼을 휘두르기 전에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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