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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CBM 100% 요격 완성···北 선제공격작전도 세웠다

중앙일보 2019.03.29 00:05 종합 31면 지면보기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험 성공과 북한 비핵화
초속 7㎞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우주 공간에서 같은 속도로 다가가 맞춰 파괴했다. 상대 속도는 초속 14㎞. 눈 깜박할 찰나에 풀코스 마라톤 거리의 3분의 1을 날아가는 초스피드에서다. 지난 25일 미국이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시험은 미사일방어체계를 추진한 이후 최대 성공작이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계획한 ‘별들의 전쟁’인 전략방위구상(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을 시작한 지 37년 만에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이 본궤도에 올랐다. 미국은 이 시험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미국이 ICBM을 요격 시험하기 위해 지난 25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한 GBI(지상발사 요격체계) 미사일. [UPI=연합뉴스]

미국이 ICBM을 요격 시험하기 위해 지난 25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의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한 GBI(지상발사 요격체계) 미사일. [UPI=연합뉴스]

미 미사일방어국(MDA)의 미사일 요격시험은 북한 ICBM을 상정했다. 북한이 발사했다고 가정한 표적용 ICBM을 중간비행과정인 태평양 상공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ICBM은 발사 후 상승단계-중간단계-대기권에 진입한 종말단계를 거쳐 목표를 타격하는데, 중간단계에선 고도 1500㎞의 우주 공간을 마하 20(초속 6.8㎞) 이상 속도로 비행한다. 이런 ICBM을 맞추려면 요격미사일 또한 비슷한 속도에 정교한 유도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이 개발한 요격미사일이 이번에 시험한 GBI(Ground Based Interceptor)다. 현재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섬에 40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4기가 지하에 배치돼 있다.
 
미국은 1999년부터 18번의 GBI 시험에서 9번 실패했다. GBI의 탄두인 EKV가 추진체와 분리되지 않기도 했고, ICBM에 빗나간 적도 있다. 일부 성공도 단거리 미사일이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 5월 18번째 ICBM 요격시험에서 성공했다. 새로 개발한 EKV인 CE-Ⅱ블록-1이 제대로 작동했다. 북한 ICBM을 가상한 미사일을 남태평양 마셜제도 콰잘라엔 환초에 있는 미 육군 레이건 시험장에서 발사했고, 6분 뒤 7700여㎞ 떨어진 반덴버그 기지에서 GBI를 쏘았다. GBI에서 분리된 신형 EKV는 ICBM에 정확하게 충돌했다. ICBM은 우주 공간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MDA는 이를 기반으로 지난 25일 본격적인 19번째 시험을 기획했다. 교범대로 GBI 2기를 발사해 명중률을 높이는 것이다. 1기의 명중률이 90%일 때 2기를 연속 발사하면 0.99가 된다. 이에 따라 이날 레이건 시험장에서 ICBM을 발사했다. 그러자 태평양에 떠 있던 미 이지스함의 SPY-1 레이더가 ICBM을 먼저 포착했다. 이어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SBX)가 ICBM 궤적을 추적해 데이터를 통제본부로 실시간 중계했다. 본부는 몇분 뒤인 오전 10시 30분 반덴버그에서 요격미사일 GBI 2기를 연속 발사했다. GBI는 3단 추진체로 고도 1000㎞ 이상 올라가 ICBM에 가까이 가자 탄두 EKV를 분리했다. EKV는 다시 액체연료를 사용해 ICBM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결과 첫 번째 EKV가 ICBM을 맞췄다. 두 번째 EKV는 부서진 파편 가운데 의미가 있는 조각을 분별해 또 파괴했다. 100% 요격이었다.
 
트럼프. [AP=연합뉴스]

트럼프. [AP=연합뉴스]

이런 프로세서는 북한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화성-15를 발사하면 곧바로 알래스카를 지나 캐나다를 거쳐 미 본토 상공으로 진입한다. 이에 따라 1차적으로 우주에 있는 적외선탐지위성(DSP)이 미사일 꽁무니에서 분출된 화염을 탐지해 경보한다. 이어 ▶일본에 배치된 2대의 사드 조기경보레이더와 이지스함이 탐지하고 ▶알래스카 가장 서쪽 쉠야섬에 설치된 초대형 코브라 데인(Cobra Dane) 레이더와 태평양상의 SBX 레이더가 궤적을 추적하며 ▶마지막으로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섬에 배치된 GBI 요격미사일 발사의 순서로 요격이 이뤄진다.
 
이번 시험 성공으로 날개를 단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당선된 직후인 2017년 곧바로 미사일방어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했다. 2016년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심상치 않아서였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 의회는 북한 ICBM에 대비하기 위해 2017년 9월 4억 달러를 긴급하게 반영하고, 2018년에도 40억 달러를 책정했다. 현재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ICBM 능력을 갖췄고, 이란도 조만간 북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는 사거리가 1만3000㎞로 미 본토 전역에 닿는데, 핵탄두 장착도 가능한 것으로 미 국방성은 판단하고 있다.(MDA 보고서)
 
트럼프의 노력으로 미국은 북한 ICBM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 화성-15의 핵탄두가 터질 때 나오는 엄청난 전자기파(EMP) 피해에 부담을 안고 있었다. 화성-15가 미 본토 대기권에 재진입해 핵탄두를 터트리는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뉴욕 상공 100㎞의 대기권 밖에서 핵탄두 폭발은 지금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수백㎞ 이내의 컴퓨터와 휴대폰 등 모든 전자장비가 먹통이 된다. 그런데 이번 시험처럼 고도 1500㎞의 우주에서 ICBM을 파괴하면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더 여유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완전하게 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도 문제이지만, 도발적인 북한과 이란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래서 최근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을 계획했다. 미 국방성이 지난 1월 발간한 81쪽의 미사일방어검토(Missile Defense Review)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의 ICBM으로부터 미 본토 방어를 위해 GBI 성능을 개량하고, 2023년까지 20기를 추가해 64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GBI에는 다탄두형 ICBM을 한 번에 요격할 수 있는 신형 요격체(MOKV)를 장착한다. 또한 미국은 레이저를 무인기에 장착해 발사된 ICBM을 초기 부상단계에서 요격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 레이저 요격시스템이 개발되면 북한에 가장 먼저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MDR 보고서를 통해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공격작전’도 세웠다. 북한 등 불량국가가 도발하지 못하게 억지가 우선이지만, 분쟁 발생시 적 미사일을 사전 제거하는 선제공격작전도 불사한다는 전략이다. 이때 지·해·공 정밀무기로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파괴한다. 따라서 새로운 공격작전은 북한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결렬될 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좋아한다’는 언어는 북한 도발 억지를 위한 외교전략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군사적으로는 북한 ICBM을 요격에서부터, 선제공격해 ICBM을 파괴하는 전략까지 모두 갖췄다.
 
문제는 한반도다.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국을 북한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했지만, 아직도 완전한 가동이 수월치 않다. 그렇다고 패트리엇으로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 한계가 있고, 국산 요격체계는 아직 배치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트럼프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기준을 크게 올렸다. 강화 추세의 대북제재로 올해 북한 경제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썬 대안이 없는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 불가다. 따라서 정부는 말로만 ‘평화’가 아니라 트럼프처럼 만일의 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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