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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마?···미세먼지 잡겠다며 '엉터리 과학'

중앙일보 2019.03.29 00:04 경제 5면 지면보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들어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가 계속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한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야외용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서울 도심 등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면 초미세먼지가 상당히 저감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며 “수출을 하면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의미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터널 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마 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한 방송 매체에 출연해 “플라스마를 터널에 쏘아서 30분 정도 청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플라스마 발생기를 탑재한 차량을 터널 안으로 들여보내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얘기다. 서울시에 따르면 음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섞인 물방울을 대기 중에 내뿜으면 여기에 미세먼지에 달라붙는다. 이어 차량에 장착된 양전하를 가진 장치가 음전하를 띤 미세먼지를 빨아당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과연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을까.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와 함께 ‘팩트체크’를 해봤다.
 
 
중국 미세먼지 타워는 ‘상징물’
 
먼저 환경부의 야외용 공기정화기부터 살펴보자. 환경부가 요구하는 야외용 공기정화기는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것으로, 예상 비용은 약 1억~2억원이다. 언뜻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 중국 시안(西安)에 설치했다는 공기정화탑의‘미니 버전’을 연상케 한다.
 
이덕환

이덕환

이덕환 교수는 환경부의 계획에 대해 “온풍기나 에어컨으로 한파나 폭염을 극복하겠다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바가지로 서해 바닷물을 퍼서 옮기겠다는 수준의 무모한 시도”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축구장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거대 공기정화기도 목표는 가로·세로 100m, 10층 건물에 해당하는 공기를 정화하는 것이다. 1개 동(洞)의 미세먼지 해결에도 역부족인 성능이다. 이 교수는 “실제로 효과 거두려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타워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의 미세먼지 타워는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시설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은 한술 더 뜬 수준이다. 플라스마는 고온이나 강한 전자기장에 의해 이온화된 물질을 말한다. 흔히 플라스마라고 하면 태양이나 핵융합로를 떠올린다. 하지만 형광등·네온사인에서도 플라스마 기술을 이용한다. 박원순 시장을 유혹한 기술은 대형 플라스마 발생기를 장착한 트럭이 평균 시속 13.2㎞의 속도로 터널을 지나면서 물을 분사시키는 방식이다. 플라스마를 이용하면 사람의 눈과 폐에 해를 입히는 오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를 잡자고 또 다른 오염물질을 만드는 셈이다. 게다가 시속 60㎞ 이상의 속도로 터널을 통과하는 자동차의 흐름을 막아 터널 안의 미세먼지 상황을 악화시켜버릴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 교수는 “자연의 거대한 규모를 고려하지 못한 유치하고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엉터리 기술을 가려내기 위한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소수 마케팅에 이용된 가짜학술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7일 허위·과대광고 행위로 적발, 공개한 수소수 제품. [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7일 허위·과대광고 행위로 적발, 공개한 수소수 제품. [뉴시스]

미세먼지 덕에 지난 1년간 최근 날개 돋친 듯 팔린 수소수(水) 역시 ‘엉터리 과학’에 바탕을 둔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7일 활성산소를 제거한다든지 아토피 등 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표방하면서 판매되는 수소 함유 음료(일명 ‘수소수’) 광고 내용을 검증한 결과, 항산화 효과나 질병치료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립암센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국립암센터 산하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마시는 수소수 관련 임상시험 논문 25편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수소수를 마시고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연구결과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해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온라인 쇼핑몰 등 시중에 유통 중인 ‘수소수’ 제품을 대상으로 질병치료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허위·과대광고 행위를 집중 점검해 13개 제품과 해당 제품을 판매한 업체 24곳을 적발했다.
 
이덕환 교수는 “2007년 수소를 기체상태로 쥐의 뇌종양 세포에 다량 주입해 약간의 개선효과를 봤다는 일본의 한 실험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된 것이 수소수 열풍의 시작”이라며 “이후 추가 연구도 없었을 뿐 아니라, 수소 기체와 수소수는 완전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대학 교수들이 엉터리 국제학술지에 ‘수소수가 건강에 좋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게재한 것을 민간업체들이 마케팅 상술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최준호·허정원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