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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미 셰일오일에 ‘을’일까

중앙일보 2019.03.29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최근 한국 최대 에너지·화학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미국산 셰일오일을 ‘반품’한 일이 있었다. 미국 텍사스주의 셰일오일 생산지 이글포드산 수입품 원유에 불순물이 발견돼서다. 이글포드에 설치된 송유관에서 유조선에 이르는 셰일오일 공급망에 다양한 등급의 원유가 뒤섞이면서 발생한 결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산 셰일오일을 처음 수입한 지난 2017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5월 이란산 원유 도입 유예 끝나
미국산 반품사태 발생해도
기간 연장 위해 수입 확대 불가피

한국 정유업계는 이번 사태가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정보분석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라츠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셰일오일은 하루 평균 23만6000배럴로 캐나다(37만8000배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원래 중국의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량이 한국을 앞섰는데, 중국 정부가 지난해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으면서 두 차례(10월·12월) 셰일오일 수입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의 미국산 셰일오일 수입이 늘어난 까닭은 기업들이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원유 종류인 콘덴세이트(초경질류) 수입량의 약 50%에 이르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면제를 연장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란뿐 아니라 다양한 원유 수입선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대 원유 수출국인 중동 국가 가운데 수출용 콘덴세이트를 생산하는 국가는 이란·카타르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만약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대이란 제재 면제를 연장받지 못하면 이란을 대체할 다른 콘덴세이트 수입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가 핵심인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한국을 비롯해 이란과 원유를 거래하던 8개 수입국(그리스·대만·인도·일본·중국·터키·이탈리아)에 한해 180일간 한시적인 원유 수입을 인정했다. 이 기한은 오는 5월 3일 만료된다. 그 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8개국에 대한 연장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대이란 제재 연장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이끄는 NSC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국무부는 “이란산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경우 국제 원유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셰일오일의 높은 경제성도 수입량이 늘어나는 한 요인이다. 셰일오일 가격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인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해 최고 76달러 수준(2018년 10월)에서 현재 59달러 수준(28일 기준)으로 떨어졌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67달러로 더 비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산 셰일오일의 저렴한 가격이 유지되는 한 셰일오일 수입 계획에 큰 변동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정보 컨설팅업체 JTD에너지서비스의 존 드리스콜 수석 전략가는 “미국산 셰일오일의 품질 결함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라며 “셰일오일의 품질을 높이거나 판매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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