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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에 총선 판이 뒤집혔다"···이변? 알고보니 뒷돈 위력

중앙일보 2019.03.28 16:24
안호영(54)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안호영(54)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총선을 10여 일 앞두고 선거 내내 열세였던 후보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이 후보의 참모들은 상대 당 경선에선 탈락했지만,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지역의 '정치적 맹주' 조직을 돈으로 포섭해 선거에서 이겼다. 지난 20대 총선(2016년 4월) 때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에서 벌어진 얘기다.  
 
당시 변호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안호영(54) 후보는 선거 직전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임정엽(60) 후보에게 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진안 출신인 안 후보가 전체 유권자의 55%를 차지하는 완주에서 태어나 완주군수를 두 번 지낸 임 후보에게 밀린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개표함을 열자 예측은 빗나갔다. 안 후보가 48.57%(4만5176표)의 득표율로 45.06%(4만1917표)를 얻은 임 후보를 눌렀다. 표 차이가 3259표밖에 안 나는 '박빙 승부'였다. 지역 정가에선 '이변'으로 받아들였다.  

 
수면 아래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안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내부 제보자가 2017년 선관위에 고발해 선거 후 3년 만에 '검은 커넥션'이 드러났다. '매수 공작'을 벌인 측근들은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 시효는 7년이다.  
 
임정엽(60) 민주평화당 신임 전북도당위원장이 26일 전북 전주시 노블레스웨딩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라북도당 개편 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임정엽(60) 민주평화당 신임 전북도당위원장이 26일 전북 전주시 노블레스웨딩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라북도당 개편 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전주지검은 지난 27일 안 의원의 친형 안모(58)씨와 선거 총괄 본부장 류모(51)씨, 완주 지역 책임자 임모(51)씨 등 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류씨 등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예비후보 이돈승(60) 당시 완주군 통합체육회 수석부회장 측에 뒷돈을 주고 안 후보 선거운동을 돕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다. 검찰은 돈을 받은 이 후보 선거캠프 사무장 유모(49)씨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류씨 등은 총선이 임박한 2016년 4월 4~5일 세 차례에 걸쳐 이 후보 측 선거 총괄 책임자 장모(사망 당시 51세)씨와 유씨 등 2명에게 1억3000만원을 건넸다. 이 후보가 국민의당 경선에서 떨어진 직후다.  
 
검찰은 '최대 표밭인 완주 지역에서 밀리면 선거도 진다'고 판단한 류씨 등이 완주에서 수십년간 군수·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한 이 후보 조직을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매수 공작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돈은 안 의원의 형이 댄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 선거를 도운 장씨는 총선이 끝난 그해 6월 피살돼 수사 대상에선 빠졌다.      
 
이번에 기소된 4명은 검찰에서 "돈을 주고받았지만, 두 후보(안 의원과 이 후보)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도 "안 의원과 이 후보가 범행에 개입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숙적(宿敵)인 임정엽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 후보를 도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안 후보 측이 돈을 건넨 시기에 안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안 후보 캠프 상임고문까지 맡았다. 당시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는 이 후보가 국민의당까지 탈당하며 안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안 의원은 범행 단서가 나오지 않아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제보자도 범죄에 가담했지만, 이 사람 폭로로 (범죄) 전모가 밝혀진 점을 감안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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