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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 청소하고 영업 시작…깨끗한 교토 거리의 비결

중앙일보 2019.03.28 07:00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18)
강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할머니의 모습. 한 손에는 비닐봉지 또 한 손에는 일회용 젓가락을 쥐고 있다. [사진 양은심]

강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할머니의 모습. 한 손에는 비닐봉지 또 한 손에는 일회용 젓가락을 쥐고 있다. [사진 양은심]

 
여기는 도쿄. 나는 아침에 걷기를 즐기는 편이다. 주로 집 근처에 있는 공원과 강가를 걷는다. 걷다 보면 한 손에는 비닐봉지, 또 한 손에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이나 집게를 든 사람들을 보게 된다. 특히 공원 주변과 강가에서 보게 되는데 동네 주민들이 봉사활동으로 쓰레기를 줍는 모양이다. 2년 전이었을까. 처음 이 광경을 봤을 때의 놀라움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나도 선뜻 비닐봉지와 젓가락을 들고 걸을 용기는 없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매일 아침 쓰레기 줍는 동네 주민들
며칠 전 잔디 위를 걷고 싶어 지나가는데 과자 봉지가 떨어져 있었다. 쓱 지나갔다. 그리고 발이 멈춤과 동시에 드는 생각. “아니지, 저걸 주워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어차피 걷는 중이고 저 앞에 쓰레기통이 있잖아.” 과자 봉지를 주운 김에 중간중간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걸었다. 웬걸, 쑥스럽지 않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내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심어 놓은 꽃 옆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꽃을 뽑아가 버리는 사람, 주차 시키는 사람, 이런저런 사람들이 많은데, 네이버 블로그 이웃 중에 쓰레기 없고 꽃 피는 동네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이 계시다. 나였다면 금방 포기했을 것이다. 부디 낮은 곳에서 소소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그들의 눈에 띄기를 바란다.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부부. 한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진 양은심]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부부. 한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진 양은심]

 
사회 환경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행정기관을 탓할 때가 많다. 거리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쓰레기통이 없어 그런 거라는 등. 쓰레기는 쓰레기를 만들어낸 사람이 치우는 것이지 누군가의 노동을 기대하며 버리는 것이 아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고 해서 청소하는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쓰레기는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생겨나니 말이다.
 
쓰레기 수집장에 툭 하고 쓰레기봉투를 던져놓고 혹여 잘 차려입은 옷에 먼지라도 묻을까 서둘러 그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다. 쓰레기봉투가 비틀거리면서 쓰러진다. 나는 발끈한다. ‘좀 차곡히 버리고 가지. 그 쓰레기를 정리하고 치우는 사람 입장은 생각 안 해.’
 
일본 주택가에서는 가연성 쓰레기를 버리는 날 주민이 당번을 정해 쓰레기차가 떠난 후 정리를 한다. 회수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쓰레기를 재차 쓸어내고 바닥이 더러워졌을 때는 물청소까지 한다. 까마귀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지 않도록 그물을 쳐 놓는 곳도 있다.
 
쓰레기 회수 후 청소하기 위한 양동이와 빗자루(위). 빗자루는 쓰고 난 후 다음 당번 집에 가져다 놓는다. 양동이는 목조주택가에 화재가 났을 때 물을 길어나르기 위하여 각 가정마다 배급된 것. 나는 쓰레기 수집장 물청소 때에도 쓰고 있다. 물청소를 끝내고 그물을 접어서 정리한 모습(아래). [사진 양은심]

쓰레기 회수 후 청소하기 위한 양동이와 빗자루(위). 빗자루는 쓰고 난 후 다음 당번 집에 가져다 놓는다. 양동이는 목조주택가에 화재가 났을 때 물을 길어나르기 위하여 각 가정마다 배급된 것. 나는 쓰레기 수집장 물청소 때에도 쓰고 있다. 물청소를 끝내고 그물을 접어서 정리한 모습(아래). [사진 양은심]

 
내 집 앞은 내가 청소
일본에 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길거리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도 하지만, 서로가 자기 집 앞을 청소하기 때문이다. 가게 주인은 영업 시작 전 가게 앞을 청소한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다.
 
언젠가 교토에 갔을 때였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음식점이 늘어선 거리를 걷고 있었다. 갑자기 하나둘 가게 문이 열리더니 점원이 나와 물을 뿌리며 청소를 시작했다. 그다지 더럽지도 않은데 말이다. 마치 낮 동안 내려앉은 먼지를 쓸어내기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길거리는 세수라도 한 듯 말끔해졌다. 그리고 하나둘 연한 오렌지빛 전등이 켜졌다. 나는 그 어떤 관광지보다도 그 광경을 잊지 못한다.
 
일본도 다 깨끗하지는 않다. 보는 사람이 없으면 애완견의 똥을 줍지 않고 가버리고, 당당하게 가래를 뱉기도 한다. 자판기에서 사 먹은 병이나 캔이 뒹굴기도 한다. 그런데도 기본적으로 길거리가 깨끗한 것은 쓰레기 줍는 봉사자가 있고 자기 가게나 집 앞을 청소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회수 작업이 수월하도록 담당자가 미리 와서 쓰레기를 내려 놓는다(왼쬭). 쓰레기를 회수하는 모습(오른쪽). [사진 양은심]

쓰레기 회수 작업이 수월하도록 담당자가 미리 와서 쓰레기를 내려 놓는다(왼쬭). 쓰레기를 회수하는 모습(오른쪽). [사진 양은심]

 
서울에 갈 때마다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로 정비한 길이 아닌 이상 더러운 길이 많았다. 가게 안은 깨끗한 데 입구는 지저분하다. 청소한 흔적도 없다. 내가 일본에 너무 젖어버렸나.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내 가게가 소중하다면 그 입구를 깨끗이 청소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공원에서 과자 봉지를 주운 날,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비닐봉지와 일회용 젓가락을 들고 걸을 작정이다. 쓰레기를 줍는 분을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같이하겠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 그룹에 들어가야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굳이 같이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따로 또 같이, 서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공원 한 바퀴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걷고, 두 바퀴째는 그냥 걸으려 한다. 그러다 보면 1만 보가 채워질 것이다. 늘 마음이 쓰이면서도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2년 이상 걸렸다. 인생 선배들이 묵묵히 활동하고 계신다. 젊은 내가 눈길만 보내며 그냥 걷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느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지. 공원은 나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혜택을 주었다.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으려 한다.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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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심 양은심 한일자막번역가·작가 필진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 일본인과 결혼해 도쿄에 살림을 꾸린지 약 25년. 일본으로의 이주는 성공적이라고 자부한다. 한일자막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다. ‘한일 양국의 풀뿌리 외교관’이라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보다도 더 비빌 언덕이 없는 일본에서 그 사회에 젖어 들고, 내 터전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과 같은 이야기가 독자의 삶에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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