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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학생수가 줄면 대학 가기 쉬워질까

중앙일보 2019.03.28 00:27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얼마 전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특강을 했다. 그 자리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이 엄마와 함께 나와 있었다. 초저출산 현상이 2002년부터 계속되면서 우리 사회가 머지않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축소의 경험을 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그 학생이 내게 물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인 4년 뒤에는 학생 수가 줄어 대학에 들어가기가 쉬워지나요’
 
이 질문을 그동안 필자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특히 학생 청중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이 질문이 반복됐다. 작년 말, 대학입시를 ‘현역’으로 치른 18세 인구는 약 61만5천여 명이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연령인 14세는 약 43만 명에 불과하다. 아무리 교육부가 대학들의 입학정원을 줄이려 노력해도 거의 18만 명이 4년 만에 줄어들게 되면 대학입시에서 수요와 공급의 양이 뒤바뀔 수밖에 없다.
 
위 학생의 질문에 대해 필자는 어떻게 답을 했을까. 필자는 그 학생과 이렇게 대화를 이어갔다. ‘아저씨가 보증하는데, 학생은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정말로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을 거에요.’ ‘진짜요. 어느 대학이요’ ‘전국에는 거점대학이라 불리는 아주 좋은 대학들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정말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거점대학이요? 그럼 지방대학이네요’ ‘그렇죠.’ ‘에이, 거기는 경쟁률이 낮을 거니까 가기 쉬울지 몰라도 지방대학이잖아요. 저는 서울에 있는 대학 가고 싶은데요.’ ‘비록 거점대학들이 좋은 대학이지만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할테니 단순한 경쟁률 통계가 아니라 실제 느끼는 경쟁률은 지금이나 4년 뒤나 마찬가지겠네요. 열심히 공부하세요’ 결국 필자는 이렇게 마지막 코멘트를 하고 허탈해 하는 학생을 뒤로 하고 강연장을 떠났다. 당연히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지금 교육계에는 이런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초저출산 현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고 한 반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그럼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의 질은 좋아져야만 했고 사교육 의존은 줄어야만 했다. 그런데 전국의 어느 학생도 학부모도 이렇게 느끼지 않는다. 70만 명이 대학에 가겠다고 할 때와 40만 명이 대학에 가겠다고 할 때는 수치로 보는 경쟁률 뿐만 아니라 실제 느끼는 경쟁률이 달라야 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지금이 더 나빠진 느낌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인구학의 관점에서 보면 대입 경쟁률은 줄어들 것이 분명한데 실제로 학생들이 느끼는 심리적 경쟁률은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위 학생의 예처럼 모든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데, 초저출산으로 아무리 학생 수가 줄어도 모든 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과거의 명성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고 내년에는 정원의 3분의2도 채우지 못할 대학들이 속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심리적 불안감이 발동해 다시 대입을 치루건 편입을 하건 어떻게든지 서울로 옮겨가려 노력할 것이다. 지방에는 이미 학생 수가 줄어 규모의 경제에 민감한 대형 학원도 많지 않고, 앞으로 그 수가 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학만이 아니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학원에 대한 수요도 서울로 편중될 것이다. 이렇게 서울에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지방으로 가려고 할까? 그걸 바라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일이다.
 
필자도 한 때는 대학 경쟁률이 줄어 앞으로 사교육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 믿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국의 경쟁률은 분명 줄어들 것이고 지방의 사교육 시장은 점점 사라질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전국이 아니라 서울로 지역을 한정하면 앞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고 서울의 사교육 시장은 전국구가 될 것이니, 필자의 믿음은 궁극적으로 틀린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학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인생은 행복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수사어구로는 부족하다. 교육 자원이 서울로 편중되는 것을 완화시키고 지역 대학 교육의 질이 서울보다 오히려 높아지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비록 대학 자원의 안배는 교육부의 소관이지만 교육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학생의 수는 주는데 학생들은 대학 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경쟁력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지방 대학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고, 지방 청년이 사라져 지방의 활력 자체가 없어지는 일이 머지않아 반드시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교육자원의 서울 편중은 더욱 심화되어, 조금 과장해서 2030년경에는 전국의 모든 20대가 서울에서만 살게 될 것이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야 하는 청소년들의 굴레는 계속된 채로….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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