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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 전쟁지휘소 'CP탱고'…美軍, 한국과 공동사용 합의

중앙일보 2019.03.27 18:15
 한국과 미국이 한미연합사의 전시 지휘통제소인 CP(Command Post) 탱고(Tango) 벙커의 공동 사용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은 공동 사용을 통해 수백억원으로 예상되는 탱고의 개·보수 비용을 한국도 분담하라고 요구할 게 확실시된다.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지휘소 역할을 하는 CP 탱고 [출처 Military.com]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지휘소 역할을 하는 CP 탱고 [출처 Military.com]

군 소식통은 27일 “CP탱고를 한·미 공동사용시설로 전환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유지·보수비의 양국 공동 부담은 상식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한국에 탱고의 공동 사용을 제안해왔다. 이런 뜻을 본격적으로 피력한 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양국이 합의한 2014년부터였다고 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할 수 있는 예산에 미 국방부가 탱고 관련 예산을 포함시키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미 국방부는 지난 18일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129억 달러(약 14조 5860억원)에 달하는 국방부 사업들을 장벽 건설용 예산으로 돌릴 수 있다고 의회에 알렸고 여기엔 탱고 관련 예산이 포함됐다. 결국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 25일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의 국방예산을 전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선 “여기엔 탱고 관련 예산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이 국방예산 전용에 반대하고 있지만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정부안이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탱고는 다른 주한미군 시설과 달리 미국의 극비 보안시설로 분류돼 대부분의 유지·보수비를 미국이 냈다. 그러나 공동 사용시설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군 당국자는 “전기·수도세 등 연간 유지비용은 수억원대에 불과하지만 통신시설 업그레이드 등 개·보수에는 최대 수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부담의 상당 부분을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면적이 최대 약 3만3000㎡(1만 평)에 달하는 탱고는 지하수가 흐르는 화강암 지대에 지어져 습기 제거를 위한 보수 작업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그러나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NBC 화면 캡처]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그러나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NBC 화면 캡처]

현재 탱고는 리모델링 수준의 공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2013년 이후 별다른 개·보수 작업이 실시되지 않은 채 6년이 흘렀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시 평택 기지 이전을 염두에 두고 탱고를 한국에 매각하려 했다. 
 
탱고 공동사용이 확정되면 한국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은 다음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탱고 개·보수 비용을 이유로 분담금 액수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군 입장에선 탱고를 떠맡을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군은 수도방위사령부 내 B-1 문서고로 불리는 벙커가 있다. 그런데 그간 미군이 관리해오던 탱고까지 책임질 경우 이중의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탱고의 전술적 가치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탱고는 시설이 낙후되긴 했지만 현재 한반도 내 주한미군 벙커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키프(SCIP·Security Cooperation Information Portal)라는 최첨단 군사정보시설을 통해 주한미군 U-2 정찰기 정보는 물론 미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이 파악한 최신 첩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또 단단한 지하 화강암 암반에 둘러싸여 있어 전술핵 직격탄에도 견딜 수 있는 이른바 ‘폴아웃(Fall-out) 벙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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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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